국내 ETF 시장이 크게 확장됐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시가총액 222조원을 돌파하며 개인투자자들의 주요 투자 수단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운용사 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하루 거래량이 몇 건에 불과한 '좀비 ETF'도 양산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국내 상장 ETF 수는 1002개로 집계됐다. 2002년 삼성자산운용과 LG투자신탁운용이 첫 ETF를 선보인 이후 23년 만의 쾌거다. 상품 수는 2021년 500여개에서 불과 4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4배 가까이 증가하며 222조2017억원을 기록했다.

ETF 도입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형태도 바뀌고 있다. 지난달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에서 5811억원을 순매도했으나 ETF에서는 1조4653억원을 순매수했다.


ETF 인기 요인은 명확하다. 채권, 금, 원유 등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힘들었던 자산을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할 수 있고, 다양한 자산에 손쉽게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와 투자 종목 공개라는 투명성도 장점이다.

이중 수익성이 높은 테마형 ETF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방산&우주 ETF'는 최근 6개월간 148.13% 수익률로 전체 ETF 중 1위를 기록하며 순자산 3213억원을 돌파했다. 'TIGER 조선TOP10 ETF'도 3475억원을 넘어서며 나란히 3000억원 클럽에 합류했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TIGER K방산&우주 ETF와 TIGER 조선TOP10 ETF는 국내 수출을 주도하는 산업에서도 특히 주도주에 집중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된 포트폴리오"라며 "방산과 조선 모두 글로벌 수주가 상위 소수 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TIGER ETF는 산업 구조와 가장 잘맞는 집중형 전략을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올해 ETF 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빅테크들의 AI 투자가 지속되면서 관련 ETF 상품들의 투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가장 큰 문제는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좀비 ETF'의 양산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순자산 50억원 미만 ETF는 총 56개다.


하루 거래량이 10건 미만인 ETF도 있었다. FOCUS KRX300 ETF(VIP자산운용)의 지난 23일 거래량은 1건, ACE FTSE WGBI Korea(한국투자신탁운용, 6건) KIWOOM 26-09회사채(AA-이상)액티브(키움자산운용, 2건) 등도 낮은 거래량을 보였다.

거래소에 따르면 특정 기간 순자산 총액이 50억원을 넘지 못하는 ETF 의 경우 상장폐지될 수 있다. 예컨대 KB자산운용의 'RISE 국채선물5년추종인버스 ETF'의 경우 순자산이 50억원 미만으로 떨어지며, 지난 5월 상장폐지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운용사 간 과도한 보수 경쟁과 유사 상품 난립"을 지적하며 "중장기적으로는 파생형이나 특수유형 ETF시장에서도 가격경쟁이 벌어지고 옥석 가리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과열된 경쟁으로 경쟁력 없는 ETF 상품 출시가 늘어나고 있다"며 "단기적 관점의 상품 운용과 자극적인 상품 출시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