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권 교체와 함께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입지에 관심이 모인다. 현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 방향성이 맞지 않는 데다 재임 기간 실질적인 체질 개선이 부족했단 평가도 나온다.


김 사장은 2023년 9월 선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한전 역사상 첫 정치인 출신 사장으로 에너지 분야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어서다. 김 사장은 국회의원 4선(17·18·19·20대)을 지낸 정계 중진이다. 지난 20대 대선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서 경제정책 상임고문,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원회, 국민 통합위원회 부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부임한 지 약 한 달 만에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우려가 제기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 전문가도 아니고 에너지 정책이라든가 이런 데 종사해본 적 없는 한전 창립 이후 첫 번째 전업 정치인 출신 사장"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부임 이후 공언했던 체질 개선도 문제다. 김 사장이 임기 초반 "한전의 체질을 바꾸는 사장으로서 기억되길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으나,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단 평가다.

한전의 재무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올해 1분기 총부채는 207조원, 부채율은 479.7%을 기록했다. 차입금 의존도도 5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흑자 전환했으나 이 역시 내부 체질 개선보다는 정부의 전기료 인상, 원료비 하락 등 사실상 외부 영향이 크다. 한전 전기판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2023년 153.71원 ▲2024년 168.17원 ▲2025년 1분기 182.8원으로 2년 새 19% 상승했다. 주요 발전 연료인 천연가스(LNG) 도입단가도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서 지난해 기준 전년보다 약 23% 떨어졌다.

토지 매각 등 자구책도 시행 중이나 단기적 방안에 불과하단 지적이다. 최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자재센터부지를 BS그룹 컨소시엄에 약 5055억원에 매각했는데, 이는 지난해 갚은 이자 총액의 약 10%밖에 되지 않는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의 본원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기업들은 전기료 부담이 크다고 토로한다. 석화업계는 얼마 전 정부에 지난해 인상 폭 만큼 전기요금을 감면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비싼 전기료에 '탈한전 흐름'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들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기를 구매해 사용하는 '전력직접구매' 제도를 활용하려는 것이다. SK어드밴스드가 전력직접구매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물론 2021~2023년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하고, 대외충격을 한전이 모두 흡수한 측면은 있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지난해 12월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장 회의에 앞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 정부 정책 기조와도 차이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친원전 정책을 추진한 반면 이재명 정부는 원전은 일정 수준 활용하되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산업용 전기료 인상에도 견해차가 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산업용 전기료가 많이 올라 기업들에 부담이 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적 판단 미스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전 관계자는 "김동철 사장은 취임 후 줄곧 해상풍력 사업 추진 및 신재생, 분산형전원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해 왔다"며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2030년까지 에너지 고속도로 조기 구축에 전사적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