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 국회(임시회) 제1차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환노위는 이날 소위를 열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을 심사한다. /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정부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 입법에 속도를 내면서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기업환경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상법개정안에 이어 노란봉투법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게되면 경영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날 법안소위를 열고 노란봉투법을 심의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를 하청 노동자와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 업체로 확대하고(2조) 파업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3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 21·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두 차례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하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노란봉투법 입법을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라고 인식하는만큼 사실상 시행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참모진에게 노란봉투법에 대해 "일정을 미루지 않는 게 좋겠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는 이번 7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국민의힘의 반대가 있지만 키를 쥔 민주당은 이미 21대, 22대 국회를 거치며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던 만큼 일정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은 "최종 법안 성안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지만 8월4일 통과를 목표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계는 좌불안석이다. 노란봉투법 통과시 기업의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특히 한국의 노사관계가 대립적·투쟁적인 상황에서 근로자의 권리만 대폭 강화하는 법안이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불법파업이 만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에서 최근 10년간 파업으로 인한 연평균 근로손실일수(임금근로자 1000인당 근로손실일수)는 39.2일로, 일본의 200배, 독일의 8.7배로 선진국과 비교시 가장 파업을 많이 한다.


정부도 이같은 우려를 인식한 듯 기존의 노란봉투법보다는 다소 완화된 수정안으로 재계를 달래고 있다. 수정안은 손해배상 청구 금지 대상을 사용자의 불법행위 전반에서 '부당노동행위 목적의 파업'으로만 제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을 시 사용자의 배임 면제 조항은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 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또한 플랫폼 노동자로의 확대 또한 구체적 조항 없이 시행령으로 위임하고 법안 시행 시기도 기존 6개월에서 1년으로 연기하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는 노란봉투법 입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인들이 고용노동 환경 변화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고 걱정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노조법 2조·3조 개정 등이 어떻게 되느냐가 기업인들의 현안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역시 김 장관에게 "노조법 2·3조 개정은 우리 노사관계와 경제 전반에 심각한 혼란과 부작용을 줄 수 있어 법 개정을 서두르기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노조법 개정 논의를 위한 노사 간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총은 노동계와의 협의를 위해 대안도 마련했다. 사용자가 너무 과다하게 손해배상액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그 상한을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하고, 근로자들의 생계 유지를 위해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의 경우에도 급여는 압류하지 못하는 등의 방식이다.

손 회장은 "국회에서 경영계의 대안을 심도있게 고민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앞으로 노조법 개정과 관련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