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재편에 '몸값' 올라… 이스타항공 매각에 쏠린 눈
올해 흑자 전환 전망… 기존 항공사와 합병 시 시너지 효과 기대
김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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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조기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통합 LCC(저비용항공사) 출범을 앞둔 시점을 매각 적기로 판단한 분위기다. 최근 경영 정상화를 이뤄낸 이스타항공의 인수 매력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가 이스타항공 매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인수 이후 2년 만으로 통상 사모펀드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이 5년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이른 행보다. 최근 항공업계의 활발한 M&A(인수합병)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VIG파트너스는 2023년 1월 400억원을 투입해 이스타항공 지분 100%를 인수했다. 당시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었다. 이후 VIG파트너스는 1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 이스타항공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탈출시켰다.
경영 정상화도 빠르게 진행됐다. 이스타항공은 인수 직후인 2023년 2월 항공운항증명(AOC)을 재발급받아 운항을 재개했다. 올해는 화물 운송 분야에서도 AOC 면허를 재취득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인수 전 3대에 불과했던 항공기는 15대까지 늘었다. 올해 하반기 B737-8 기종 5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어서 평균 기령은 기존 8.9년에서 6.7년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은 내년까지 총 27대의 항공기를 확보할 계획이다.
항공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실적도 개선됐다.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4612억원으로 2023년(1467억원)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영업적자는 374억원으로 전년 대비 200억원가량 감소했고 올해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본격적인 수익 창출 이전에 매각이 추진되는 만큼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국내 항공산업 재편이 본격화하고 대형 투자자들의 시선이 LCC로 향하는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분석도 있다. 기존 항공사들이 몸집을 키우기 위한 선택지로 이스타항공이 최적이라는 평가다.
항공 산업은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핵심이다. 통합 대한항공과 통합 LCC가 출범할 경우 이스타항공의 독자 생존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항공기 보유 대수(15대)는 통합 LCC의 예상 기단 규모(58대)에 비해 현저히 작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합 LCC에 포함되지 않은 항공사들은 앞으로 차별화 전략을 개발하지 않으면 생존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경쟁에서 밀리면 수익성이 낮아지고 경영에 대한 압박도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인수 여부에 따라 항공업계 판도는 뒤집힐 수 있다. 제주항공이나 티웨이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기단 수가 통합 LCC와 같은 58대로 늘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이스타항공은 중국·일본·동남아 등 인기 노선 슬롯과 운수권을 보유해 운항 안전성도 확보된 상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노선 재분배 수혜도 기대된다.
업계에선 과거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했던 애경그룹을 유력 인수 후보로 본다. LCC 통합 흐름 속 제주항공은 시장 점유율 하락과 업계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최근 애경그룹이 알짜 계열사인 애경산업과 중부컨트리클럽(CC)을 매각하며 항공·화학 위주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는데, 자금 여력을 확보한 뒤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매각설과 관련해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대주주인 VIG파트너스 쪽에서 진행되는 사안이라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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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