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전국택배노동조합과 교섭거부 관련 대법원 소송을 진행 중인 CJ대한통운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노사합의 거부 대리점 규탄 기자회견을 가진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노란봉투법'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정안에 원청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줄곧 하청으로 택배사업을 운영하며 직접 교섭을 거부해 전국택배노동조합과 법적 분쟁 중인 CJ대한통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이날 오후 2시경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하고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CJ대한통운의 대법원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대리점을 통해 계약하는 특수고용직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과 직접 교섭할 수 없었다. CJ대한통운 협력 택배기사 수는 2만2000여명, 대리점 수는 2500개에 이른다.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의 분쟁은 2020년 3월 노조 측이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노조는 ▲노동시간 단축 ▲작업환경 개선 ▲주 5일 근무제 도입 ▲급지별 수수료 체계 개편 ▲사고 부책(책임부담) 개선 등 요구 등을 의제로 제시했으나,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와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화를 거부했다.

이에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고, 2021년 6월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 CJ대한통운은 이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노동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므로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이 사건은 CJ대한통운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하청·특수고용직 활용하는 재계 전반에 영향

7월10일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 설립 이후 8년 만에 대리점 연합회를 통해 택배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뉴스1


CJ대한통운은 지난달 10일 자사 대리점 연합회를 통해 택배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2017년 택배노조 설립 이후 8년 만이다. 이 협약은 주7일 배송체계 구축을 위한 순환 근무제, 휴일 배송과 타구역 배송에 대한 수수료 지급, 휴가 보장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교섭 주체가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아닌 하청 대리점 연합회라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노조 측은 노조법 개정 이후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CJ그룹은 과거 택배노조 파업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신영수 대표를 2023년 7월 CJ대한통운 대표로 선임했다. 2022년 택배노조 파업 당시 택배·이커머스부문 대표였던 신 대표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천명한다"고 말한 바 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법이 개정되면 수십, 수백개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게 돼 산업현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법안 통과 시 CJ대한통운의 대응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CJ대한통운 측은 "노란봉투법이 재계 전반에 적용되는 사안이라 저희가 먼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다"면서도 "향후 다방면에 걸쳐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토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CJ대한통운뿐만 아니라 하청·특수고용직 노동자를 활용하는 업계 유수의 기업에 법적 분쟁 등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