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20년 만에 한국인이 사라질지도 모른단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2일 경기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큐팡플레이 시리즈 토트넘 오픈 트레이닝에 나선 양민혁(왼쪽)과 손흥민의 모습. /사진=뉴시스


10년 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호령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팀을 떠나게 되면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전멸 위기에 놓였다.


손흥민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올여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직접 밝혔다. 그는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시리즈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끝으로 고별전도 치렀다.
박지성을 시작으로 20년 동안 이어져온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201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박지성의 모습. /사진=로이터


EPL은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다. 한국 축구 팬들은 지난 20년 동안 EPL에서 뛰는 한국인 없는 프리미어리그를 본 적이 없다. 2005년 첫 프리미어리거가 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시작으로 이영표(토트넘), 설기현(레딩·풀럼), 이동국(미들즈브로), 김두현(웨스트 브로미치), 조원희(위건) 등이 EPL로 건너가 활약했다.

후배 기수 중에선 이청용(볼턴·크리스털 펠리스), 지동원(선덜랜드), 박주영(아스널), 기성용(스완지 시티·선덜랜드·뉴캐슬), 김보경(카디프 시티), 윤석영(퀸즈 파크 레인저스·QPR),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김지수(브렌트포트) 등이 각자 1년 이상 EPL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나면서 20년 만에 한국인 없는 EPL이 개막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 EPL팀에 소속된 선수는 황희찬과 박승수(뉴캐슬), 양민혁(토트넘) 등이다. 다만 세 선수 중 누구도 주전은 커녕 잔류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핵심 선수였던 황희찬이 주전 자리를 잃으면서 20년 만에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울버햄튼에서 활약 중인 황희찬의 모습. /사진=로이터


2023-24시즌 팀 내 최다 득점자였던 황희찬도 부상과 부진의 여파로 입지가 좁아졌다. 앞서 비토르 페레이라 울버햄튼 감독도 "주전을 보장할 순 없다. 떠나고 싶다면 그와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만큼 상황이 좋아질 거란 보장이 없다. 또 백승호의 소속팀 버밍엄 시티(2부)의 황희찬을 노리고 있다. 2026 북중미월드컵을 앞둔 황희찬 입장에서도 더 많이 뛸 수 있는 클럽으로 이적하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다.

양민혁은 지난 1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강원FC를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직후 2부 리그인 잉글랜드 챔피언십(EFL) QPR로 임대를 간 그는 우선 토트넘으로 복귀했지만 재임대가 유력한 상황이다. 토마스 프랭크 토트넘 감독도 어린 선수를 벤치에 묵혀두기보단 경험을 쌓는 쪽을 선호한다.


최근 뉴캐슬로 이적한 박승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07년생인 그는 프리시즌 동안 좋은 모습을 보이며 에디 하우 뉴캐슬 감독의 칭찬을 받았지만 너무 어리다. 뉴캐슬은 2024-25시즌 리그 5위를 차지한 강팀이라 주전 경쟁도 쉽지 않다. 현재로선 유소년팀 혹은 임대를 떠날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결국 손흥민이 '포스트 박지성' 역할을 해냈듯 '포스트 손흥민'이 나타나야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