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자본의 설계자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글로벌 사모펀드가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어떻게 설계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조명한 책이 출간됐다. 한국투자공사(KIC)의 한영석 저자가 글로벌 투자 현장에서 만난 자본의 혁신 전략과 기업 재도약의 핵심을 담은 '자본의 설계자들'이다.


저자는 "이제 사모펀드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투자 철학과 전략을 정확히 이해해야 기업의 재도약을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사모펀드들이 '탐욕적 먹튀 자본'이라는 오해를 넘어 기업 가치를 키우기 위해 실제로 어떤 혁신과 변화를 이끌었는지 상세히 기록돼 있다.

책은 크게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짜였다. 첫 번째는 사모펀드가 기업의 사업 모델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델(Dell)은 PC 기업에서 종합 IT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했고, 버려진 팔레트를 활용해 유통망을 혁신한 48포티 등 독특한 사례가 등장한다.


두 번째 축은 운영 구조 혁신이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던 카지노 리조트 베네시안을 인수해 수익성을 극대화한 아폴로 펀드의 사례, 바이오의약품 운송을 혁신한 씨세이프 등은 구체적이고 생생한 투자 현장을 보여준다.

책을 통해 독자는 사모펀드가 단순히 투자금을 넣는 것을 넘어, 실제 운영에 깊이 개입하며 기업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 김병주회장과 홈플러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한편, 책은 한국과 미국에서 사모펀드가 겪은 실패 사례도 비중 있게 다룬다. 특히 한국에서 큰 논란이 됐던 홈플러스 사례를 짚으며, 과도한 차입 인수와 잘못된 시장 판단이 어떻게 기업 가치를 잠식했는지 분석한다.

저자는 "MBK가 홈플러스를 7조가 아닌 더 낮은 가격에 인수했다면 차입 부담을 줄이고 기업 회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저자인 한영석은 한국투자공사에서 2000억 달러가 넘는 국부펀드를 운용하며 글로벌 사모펀드들과 협력해 왔다.

'자본의 설계자들'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 관점이 기업 성장과 재도약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히 제시한다. 특히 투자업계 종사자와 기업 리더, 그리고 장기적 투자 전략을 배우고 싶은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큰 참고가 될 수도 있다.

△ 자본의 설계자들/ 한영석 지음/ 에프엔미디어/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