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퇴직 후, 딸과 수영을 배웠다…그제야 딸은 엄마를 배웠다
'편집장의 선택' 16년째 도맡은 알라딘서점 김효선MD의 데뷔작
[신간] '오춘실의 사계절'
뉴스1 제공
공유하기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엄마와 딸이 물 위에서 나눈 인생의 사계절, 일하는 여성의 삶과 회복의 서사가 에세이로 새롭게 태어났다.
저자 김효선은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 16년째 '편집장의 선택'이라는 추천 도서 코너를 운영한 무시무시한 내공의 소유자다.
그의 데뷔작 ‘오춘실의 사계절’은 저자의 평범한 엄마 오춘실 여사의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흐름에 담아낸 에세이다.
오춘실 여사는 165개월을 근속한 청소부를 그만두고 딸과 함께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다. 50년을 쉼 없이 일하며 살아온 엄마의 고생과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구제금융은 기업에 노동유연화를 요구했다. (…) 여자는 자르기고 쉽고 대체하기도 쉽다. 엄마가 악 소리도 못 내 보고 나간 자리를 더 젊은 여자가 와서 채웠을 것이다."(145쪽)
계절별로 나눠진 에세이에서 봄에는 어린 시절과 가족의 이야기가, 여름에는 밑바닥 노동과 생활의 곡절이 그려진다. 가을은 청소부로 일하던 중년, 겨울은 수영과 함께 맞이한 노년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엄마의 삶을 ‘보통 사람의 비범함’으로 기록한다. 단순한 불행의 요약이 아닌, 구체적이고 세밀한 드라마로 복원해낸다. "엄마는 결코 삶에서 도망치지 않았다. 복수나 보상을 바라지 않고, 힘들어도 묵묵히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왔다"
"직장이 괴로울수록 평생을 일한 엄마를 향한 존경심이 커졌다.…'엄마는 이 짓을 어떻게 50년이나 했어?' 말하면 엄마는 그냥 웃었다. 최종 학력 초등학교, 기술도 경력도 없는 중년 여자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시리고 습한 자리뿐인데도."
저자는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서로의 상처와 회복, 일과 삶에 대한 용기를 함께 나눈다.
"몸들은 가지각색의 사연과 사정을 품고 있어서 몸에 따라 수영도 달랐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왼쪽 다리가 약간 짧은 나처럼 어떤 몸은 한쪽으로 기울었고 어떤 다리는 한쪽만 힘차게 찰 수 있었다."(232쪽)
"우리는 회복되지 않은 채로도 헤엄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독자에게 위로와 울림을 준다. ‘오춘실의 사계절’은 여성의 삶, 엄마와 딸의 관계, 노동과 치유를 이야기하는 에세이다.
△ 오춘실의 사계절/ 김효선 지음/ 낮은산/ 1만 7000원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