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일이 벅찰 때, 단단하고 평온한 존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바로 나무다. 신간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인간의 삶에 나무가 건네는 조용하고 단단한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4억 년 동안 깊은 지혜를 쌓아온 나무처럼 꾸준히, 천천히, 묵묵히 삶을 키우며 그렇게 살고 싶다"는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다.

저자 리즈 마빈은 59종의 나무를 통해 삶의 태도와 인간 내면을 성찰한다. 나무의 생태적 특징을 인생의 은유로 풀어낸 이 책은, 속도와 경쟁, 효율을 강요받는 현대인에게 천천히 단단해지는 삶을 제안한다.


서어나무는 화려하지 않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묵묵히 살아간다. 유럽호랑가시나무는 창의적으로 위기를 대처하며 살아남는다. 물푸레나무는 성글게 햇빛을 나누며 함께 살아갈 여지를 남긴다.

개암나무는 강인하면서도 유연함으로 회복의 힘을 보여준다. 이렇게 나무는 존재만으로도 삶의 모델이 된다.


저자는 시와 철학, 생물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정제된 사유를 전한다. 단순히 교훈을 던지는 책이 아니다. 자연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며, 독자의 마음을 위로하고 삶을 재정비하도록 도와준다.

책의 미덕은 그림에서도 빛난다. 호주의 일러스트레이터 애니 데이비슨은 60여 종 나무의 생태를 생생하게 구현했다. 각 장마다 나무와 인간의 삶을 연결한 텍스트와 일러스트가 결합해 식물 에세이와 감성 아트북의 장점을 함께 갖춘다.


본문은 180도 펼침이 가능한 사철누드제본으로 구성되었으며, 띠지에는 일러스트가 포스터처럼 배치돼 책 자체가 하나의 선물이 된다.

한 페이지마다 한 편의 시처럼 구성된 글은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독자는 자신의 감정과 맞닿는 페이지를 열어 나무의 이야기를 읽고 그림을 감상하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

△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 리즈 마빈 지음 / 애니 데이비슨 그림 / 박은진 옮김 / 아멜리에북스 / 1만 7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