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가 공동 대주주 DL의 자금 지원 거부로 부도 위기에 처한 가운데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추가 대여를 승인했다. 사진은 여수산단 전경. /사진=뉴스1


DL그룹이 부도 위기에 직면한 여천NCC 유상 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DL케미칼은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약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뒤이어 DL㈜도 이사회를 열고 DL케미칼에 대한 177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를 승인했다.


앞서 여천NCC는 공동 대주주 DL의 자금 지원 거부로 부도 위기에 몰렸다. 여천NCC의 50% 지분을 보유한 DL은 추가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워크아웃 신청을 주장했다. 이때문에 DL그룹은 책임 경영 부재로 비판을 받았다.

DL그룹은 여천NCC에 대한 자금 지원을 유보한 것은 '묻지마식 증자 요청'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여천NCC의 시황 악화 등에 따른 요청으로 DL과 한화가 각각 1000억원씩 증자를 실행했다. 당시 여천NCC로부터 "3월 증자가 진행되면 연말까지 현금흐름 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지만 불과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상세한 설명 없이 양 주주사에 1000억원의 이상의 증자, 지급보증 또는 대여를 요청해 왔다는 게 DL그룹의 주장이다.


DL그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시 보고는 거짓이었거나 아니면 경영 부실이 그만큼 심각하게 방치된 것이었다는 결론인데 어느 쪽이든 주주와 시장을 기만한 행위"라며 "여천NCC에 대한 정확한 경영상황 판단도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지원한다는 것이 주주와 경영진으로서 올바른 판단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금흐름은 왜 안 좋아진 것인지, 영업하락 때문이라면 자구책은 얼마나 실행가능한 수준으로 갖추어져 있고 그것들을 실행했을 때 주주가 얼마나 지원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된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지 합리적인 지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며 "최근의 주주 보호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합당한 근거와 절차적 정당성 없이 증자를 강행하는 한화의 태도는 원칙을 강조하는 현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같은 날 반박문을 통해 "DL케미칼에 대한 증자가 결정했다는 공시가 있었지만 자금 용도가 운영자금으로 기재돼 있어 실제로 DL이 여천NCC에 자금을 지원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여천NCC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려면 DL케미칼의 자금 지원 이사회, 합작법인인 여천NCC 이사회 주주사로부터 차입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와 같은 추가적 조치가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DL은 여천NCC에 대한 자금 지원과 관련하여 한화측과 어떠한 협의도 진행한바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한화는 자금 지원의사가 확고하며 DL도 신속하게 한화와 협의하여 공동으로 여천NCC에 자금 지원하여 조속한 정상화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