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지원을 거부했고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회생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여수 산단 전경. /사진=뉴스1


국내 석유화학업계 합작사 여천NCC가 부도 위기에 몰린 가운데 공동 대주주 DL그룹과 한화그룹의 대응 방식이 달라 주목받는다. 각 사의 대응 전략은 DL 이해욱 회장과 한화 김동관 부회장의 위기 대응 방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측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의 50% 지분을 보유한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추가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워크아웃(기업회생 절차)만이 해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말 열린 주주사 긴급회의에서 "여천NCC는 회생 가능성이 없으며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져도 돈을 넣을 수 없다"며 지원 불가를 못 박았다. 25년간 여천NCC에서 2조2000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DL이지만, 이번 1500억원 규모의 지원 요청에는 단칼에 거절 의사를 밝힌 것이다.


나흘 전 미국과의 철강 관세 협상에 참여해 투자를 결단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정도경영'과 '책임경영'을 내세우며 여천NCC 회생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화솔루션 이사회는 7월 말 1500억원 추가 대여를 승인했고 김 부회장 측은 주주사 공동 지원과 자산 유동화, 원료 다변화를 통한 구조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8월 디폴트 위기를 피하고 연말까지 운영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합작 계약 구조다. 증자나 자금 대여는 이사회 승인이 필수이며 양측이 각각 3명의 이사를 지명하고 있어 한쪽이 반대하면 실행이 불가능하다. DL이 끝내 동의하지 않으면 여천NCC는 오는 21일 부도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여천NCC는 1999년 한화와 DL이 각사 NCC(납사분해설비)를 통합해 설립한 합작사로,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의 알짜 기업이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중국발 공급 과잉이 본격화되면서 2022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만 3000억원 이상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편 이 회장은 2016년 수행 운전기사에게 상습 폭언을 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 '갑질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후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