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출신으로 민주당의 주요 농정 현안을 정면 비판해온 홍문표 aT 사장의 임기 완주 여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22일 열린 한국마사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어기구 당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과 홍 사장(오른쪽)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 정부와 정책 지향점이 다른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남은 임기를 완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aT 수장을 맡기 전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서만 14년간 활동한 '농업 전문가'지만 의원 시절 주요 농정 현안을 두고 이재명 정부와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홍 사장은 지난해 8월 aT 사장으로 취임해 임기 만료를 2년가량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 4선 중진 출신인 그는 16년의 의정 활동 중 14년을 농해수위에서 활동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18대 총선에서 낙선해 '낙하산' 비판 속에 농어촌공사 사장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 초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홍 사장은 '농어촌, 농업인이 잘 살아야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된다'는 확고한 농정 철학을 견지했다는 평이다. 이를 기반으로 ▲농업소득 보전 ▲농산물 온라인거래 촉진 ▲농산어촌 개발 등 농어촌 발전과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132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aT 사장 취임 이후 직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자신의 철학을 강조했다. 홍 사장은 "농업 분야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 수 있는 aT가 되도록 임직원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해 나가자"며 "특히 사업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늘 한발 앞서 사업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뚜렷한 농정 철학에도 불구하고 홍 사장이 잔여 2년 임기를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 정부와 '색이 다른' 정치적 노선을 밟으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양곡법)이다. 양곡법은 쌀이 수요 대비 과잉 생산되거나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부터 양곡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추진해왔다.

홍 사장은 2022년 10월19일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양곡법은) 한 치 앞을 못 보는 그냥 이재명의 지시와 포퓰리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급한 비리를 덮기 위해 정치의 중심에 이것을 놓고 희석하고 농민을 우롱하는 것인데 잘못된걸 (민주당이) 생각을 안 하고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aT 사장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안 그래도 쌀이 남아도는데, 국가가 재고를 사들이도록 의무화하면 생산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식량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작심 비판했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자리를 지킨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양곡법에 대한 입장을 선회했다. 송 장관은 윤석열 정부 당시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법"이라며 양곡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 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유임 이후인 지난 6월 "우리 정부에서는 사전 수급 조절에 대해서 뜻을 같이하기 때문에 지금은 이제 양곡관리법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며 입장 전환을 공식화했다.

aT 측은 이와 관련해 "(홍 사장) 개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부처 산하기관이자 정부에 소속된 공공기관으로서 국정 방향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 사장이 취임하면서 강조한 7대 혁신 방향에 주식을 5곡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어 큰 틀에서는 일치하지 않을까 싶다"며 "(홍 사장도) 기관장으로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있고 부처와의 관계도 좋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기관장이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 없이 정치적인 인연으로 임명됐거나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면 정권 교체 후 자리를 지키는 것이 기관의 활동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기관장이 정치적으로 중립이고 전문성을 갖췄다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며 "두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없는 분들은 본인의 생각을 바꾸고 정부를 따라갈지 아니면 기관장을 그만둘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