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투자 심리가 극적으로 반전되며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거침없는 랠리를 펼치고 있다. 조기 대선 국면이 시작된 지난 4월 중순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코스피는 3200선을 돌파했고 역대 최고치 경신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냉소가 팽배했던 시장 분위기는 '코스피 5000 시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상승장의 가장 큰 동력은 정책의 구체적인 실행이 아닌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다. 잠재성장률 0%대 추락, 글로벌 무역 갈등, 부동산 과열 등 비우호적인 거시 경제 환경 속에서도 투자 심리가 긍정적으로 전환됐다.

투자자들은 단기 급등에 취하기보다 정부가 약속한 '코스피 5000'이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한 기대를 품고 차분히 다음을 기다린다. 이러한 기대감에는 소액주주 권익 강화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자리 잡고 있다. 최대주주의 권한 억제 및 주주 중심 경영을 정착시키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며,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증시로 유인하는 긍정적 효과를 목표로 한다. 혹자가 '회사 자금이 주주 주머니에 직접 꽂히게 하는 것'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다. 소액주주의 권리가 과도하게 강화될 경우,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인 투자 재원이 고갈되고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경영진들을 단기적인 주가 부양에만 몰두하게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필수적인 경영 유연성과 자율성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경영인 대신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기업인만 양산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속세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 최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최고 60%에 달하는 한국의 상속세율은 OECD 평균(15%)의 4배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로 인해 기업 오너들은 주주가치를 높여 기업을 성장시키기보다 어떻게든 세금을 줄이는 데 골몰하는 비정상적인 경영 행태를 보여왔다.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와 증시 도약을 원한다면 상속세의 합리적인 개편을 통해 기업인들이 세금 걱정 없이 기업 성장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주주가치를 높이는 경영 활동에 세제 혜택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 리더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집착하면 변화에 실패하지만 과거의 성공을 이끈 동력을 존중하고 계승할 때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불굴의 도전 의식으로 무장한 '기업가 정신'이다.


과거 모방경제 시대에선 근로자와 투자자에 대한 보상 없이 최대주주만 수익을 독차지 하는 구조가 가능했지만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현재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오히려 철 지난 잘못된 관행을 빌미로 경영을 옥죄기하면 세계적인 기업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이 나오기 어렵다.

현재의 주가 상승으로 주식시장의 기대감은 뜨겁지만, 이는 언제든 불안으로 바뀔 수 있는 신기루와 같다. 정부는 단기적인 주가 부양책을 넘어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기업가 정신의 불꽃을 꺼뜨리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힐 수 없다. 코스피 5000 달성은 그 토대 위에서만 현실이 될 수 있다.

홍정표 부국장 겸 산업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