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그룹 윤동한 회장이 아들 윤상현 부회장을 콜마홀딩스 이사회에서 몰아내기 위해 소집한 이사회 인물들이 윤 회장의 학연과 지연으로 구성된 측근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아들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을 몰아내기 위해 지주사 이사회 장악에 나선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복귀 조각'이 전문성보다는 자신의 학연과 지연으로 채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윤 회장이 경영권 분쟁의 승기를 잡기 위해 내세운 이사 후보 10명 중 5명이 TK(대구·경북) 고교 동문이거나 영남 출신 등 개인적 인연으로 얽힌 인물들로 구성되면서 "경영철학을 새롭게 하겠다"는 명분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달 31일 콜마홀딩스 이사회 교체를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법원에 신청했다. 이 안건에는 자신과 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를 포함해 총 10명에 달하는 신규 이사 선임안이 담겼다. 사실상 현 이사회를 전면 교체하겠다는 의도다. 이사회 후보로는 사내이사에 ▲김치봉 ▲유차영 ▲김병묵 ▲유정철 ▲조영주 ▲최민한씨 등 6명, 사외이사에 ▲박정찬 ▲권영상씨를 올렸다.
콜마그룹 주요 지배구조. / 그래픽=김은옥 기자


윤 회장이 콜마홀딩스 이사회를 교체하기 위해 법원에 제출한 이사 후보 명단 가운데 윤 회장 부녀와 콜마비앤에이치 현직 임원을 제외한 이들이 전원 대구 계성고 또는 영남 출신인 것이 눈길을 끈다. 유차영(66) 김치봉(68) 김병묵(65) 박정찬(71) 권영상(71)씨 등은 윤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 관계로 '윤동한의 사람들'이자 '올드보이의 귀환'으로 요약된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진 견제라는 막중한 임무를 띤 사외이사 후보 2명이 모두 윤 회장의 고교 동문이라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권영상 법무법인 김장리 변호사(전 한국거래소 상임감사)와 박정찬 전 연합뉴스 사장은 모두 윤 회장과 같은 대구 계성고등학교 출신이다.


권 변호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선배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당시 1000만원을 쾌척해 고액 후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계엄 직후에도 윤 전 대통령과 네번가량 문자를 주고 받는 등 탄핵심판에 이어 형사재판까지 대리인단의 주축으로 활동했다.

학연·지연 이사회 인사… 화장품 산업 전문성에 의문

윤동한 회장이 제안한 콜마홀딩스 이사회 후보 명단. /그래픽=황정원 기자


사내이사 후보들도 윤 회장과 학연·지연으로 이어진 인물이거나 콜마비앤에이치 측 임원들로 채워졌다. 김병묵 전 콜마비앤에이치 공동대표는 사외이사들과 마찬가지로 계성고를 나왔다. 전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자 한국콜마 상무 등을 지낸 김치봉 후보는 경북대학교 농화학과 출신의 TK 인사다. 유정철·조영주 후보는 계열사인 콜마비앤에이치의 현직 임원이다.

유차영 후보는 한국콜마연수원장을 거쳐 현재 한국콜마 계열사인 근오농림 대표이사, HNG코스메틱 대표 등 3개 계열사의 대표를 맡고 있어 윤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다만 그의 이력은 화장품 산업과는 무관하다. 1978년 육군3사관학교 입교 후 36년간 직업군인으로 생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을 끝으로 전역했다. 업계에선 입사 당시부터 화장품 산업과의 전문성 및 연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왔다.


윤 회장은 경영 복귀를 시도하며 "회사의 질서를 바로잡고 경영 철학을 새롭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후보들의 면면은 이사회를 자신의 'TK학연·지연 라인'으로 채우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후보군에 대해 사내 분위기도 술렁이고 있다. 내부 직원들은 "올드보이들의 귀환" "평균 연령 33세인 젊은 기업에 60대 이상 이사회가 말이 되느냐" "뷰티업계에서 세대와 트렌드를 역행하는 것" 등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