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한 콜마 회장이 201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5년 만에 콜마홀딩스 경영 복귀를 시도하는 윤동한 회장이 사외이사 후보로 '윤석열 측근'인 권영상 변호사, 사내이사 후보로 '탄핵 반대'(반탄) 인사인 유차영 근오농림 대표를 지명한 배경에 정치적 해석이 더해지고 있다. 기업 안팎에선 불명예 퇴진한 윤 회장이 정치적 색채가 짙은 '코드 인사'로 이사회 진입과 경영 복귀를 시도하는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달 29일 콜마홀딩스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법원에 신청했다. 이 안건에는 자신과 딸 윤여원 대표를 포함, 총 10명의 신규 이사 선임안이 담겼다. 이는 현 이사회를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 아들 윤상현 부회장을 견제하고 지주사를 장악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사회 후보로는 사내이사에 ▲김치봉 ▲유차영 ▲김병묵 ▲유정철 ▲조영주 ▲최민한씨 등 6명, 사외이사에 ▲박정찬 ▲권영상씨를 올렸다.

이사 후보 10명 중 절반 이상이 TK(대구·경북) 출신 또는 윤 회장의 고교 동문으로 구성돼 "경영 철학을 새롭게 하겠다"는 윤 회장의 명분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임 이사 후보 가운데 김병묵 전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박정찬 전 연합뉴스 사장, 권영상 변호사는 대구 계성고 출신으로 윤 회장과 동문이다. 김치봉 전 콜마비앤에이치 대표도 경북대학교를 졸업한 TK인사다.
한국거래소 상임감사 시절 권영상 변호사. /사진=머니투데이


논란의 중심에는 사외이사 후보인 권영상 변호사가 있다. 윤 회장과 계성고 동문인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선배로, 2022년 대선 당시 1000만원을 기부해 고액 후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시국에 윤 전 대통령과 여러 차례 문자를 주고받기도 했다.


법조인 출신인 그는 보수 정치권에서 줄곧 활약해 온 인물이다. 과거 한나라당 경남도당 부위원장, 이명박 후보 경남선대위 정책본부장 등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에는 한국거래소 상임감사위원으로 임명돼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현시점에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추천한 윤 회장의 의중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올드보이' 귀환 시도에 그룹 안팎 우려 커져

윤동한 회장이 제안한 콜마홀딩스 신임 이사 후보 명단. /그래픽=황정원 기자


윤동한 회장이 제안한 콜마홀딩스 이사회 후보 명단. /그래픽=황정원 기자


유차영 사내이사 후보는 한국콜마연수원장, 근오농림 대표, HNG코스메틱 대표 등 콜마그룹에서 여러 계열사의 대표를 동시에 맡고 있어 윤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HNG는 지난해 윤여원 대표의 회사인 케이비랩에 자사 인력을 부당 지원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600만원을 부과한 회사다.

유 대표 역시 대표적인 보수 인사로, 비상계엄 이후 소위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반탄 시위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8년 육군3사관학교 입교 후 36년간 직업군인으로 생활했으며 말년에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으로 활동했다. 평생을 군인으로 복무한 그의 이력은 화장품 산업과 무관해 전문성보다는 충성심과 보수 코드에 맞춘 윤 회장의 인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같은 후보진의 이사회 진입 시도에 대해 콜마그룹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전일 본지 기사(8월26일 복귀 노리는 윤동한 콜마 회장… '올드보이 이사회' 코드는 '계성고·TK')를 보고 익명의 제보를 해온 콜마 직원은 "불법 계엄을 자행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연결고리가 있는 인물이 이사로 오는 게 맞나"라고 반문하며 "지금 시국에 보수 인사로 이사회를 채우는 게 그룹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아들은 미래로 가려 하는데 아버지는 과거로 퇴행했다"며 현재 상황을 꼬집었다.

재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각 기업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와중에, 정치색이 강한 인사로 이사회를 물갈이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라며 "과거 윤동한 회장이 불명예 퇴진한 배경을 돌이켜봤을 때 이번 상황 역시 윤 회장의 정치적 지향점과 맞닿아 있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굴지의 글로벌 ODM 기업이 경영권 분쟁에 더해 정치색 논란까지 이어지는 것이 안타깝다"며 "분쟁이 조속히 마무리돼 임직원과 주주들의 불안이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