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 잡은 조원태 회장, '통합 대한항공' 준비 완료
항공기 103대 구매로 한미 제조업 협력 지원… 통합 이후 기단 확보 효과도
김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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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500억달러(약 70조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외교 명분과 사업 실리를 모두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보잉사 항공기 추가 구매로 한미 제조업 협력에 힘을 싣는 동시에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단 투자까지 끝마쳤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6일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70조원 규모의 역대급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보잉의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 추가 도입(50조원)과 GE에어로스페이스의 예비엔진 및 엔진 서비스를 구매(19조2000억원)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3월 발표한 46조원 규모 투자 계획과는 별도 계약으로 대한항공의 대미 투자 규모는 향후 6년간 총 116조원으로 확대됐다.
이번 투자는 한미 제조업 협력에 힘을 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잉은 세계 최대 항공 제작사이자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다. 대규모 항공기 발주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미국 제조업 부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올해 대한항공이 보잉과 계약한 항공기는 150여대로 일본(100대), 영국(100억달러)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 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의 영향력 확대도 기대된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전체 여객 매출에서 미주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가장 컸다. 항공업은 국가 간 협력과 교류가 중요한데 대규모 투자를 계기로 한미 항공산업 협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새 기단 투자 시기도 사업적으로 적절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2027년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 성장세에 맞춰 기단 확충을 추진해 왔다. 코로나19 이후 항공기 인도가 지연되면서 주요 항공사들이 주문 시점을 앞당기는 추세를 고려해 2030년대 중후반까지 선제적 항공기 투자 전략을 수립했다.
이번 보잉 항공기 구매 대상은 ▲777-9 항공기 20대 ▲787-10 항공기 25대 ▲737-10 항공기 50대 ▲777-8F화물기 8대다. 이에 따라 향후 대한항공의 기단은 보잉사의 777, 787, 737와 에어버스사의 A350, A321-neo 등 5가지 고효율 기단으로 재편돼 운영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세계 10위권 대형 항공사로 도약할 전망이다. 해외 거대 항공사들과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만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올해 2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소유기는 13대에 불과해 노선 확대와 승객 증가에 대비한 추가 기단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777-8F 화물기를 함께 구매한 것도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화물 사업은 여객 사업보다 수익성이 높아 항공사들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화물 시장 1위로 총 23대의 전용 화물기를 보유하고 있다.
통합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과의 화물 사업 시너지도 기대됐지만 독과점 우려 해소를 위해 유럽연합과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를 요구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사업부 매각이 추진됐다. 대한항공은 빠져나간 화물기 11대 물량을 신형 기재 도입으로 보완, 노후 기재 교체 효과를 함께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기존 보유 기종 송출 및 기단 재편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선제적 항공기 투자 전략을 수립했다"며 "이번 구매 물량은 2030년대 후반까지 약 15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객기, 화물기 모두 연간 몇 대가 들어올지는 미정인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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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