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여정"…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전
"20세기 현대미술 거장의 70여 년 작업세계 들여다보기"
호암미술관 30일~2026년 1월 4일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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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20세기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루이즈 부르주아의 대규모 회고전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이 호암미술관에서 30일부터 2026년 1월 4일까지 관람객들을 만난다.
이번 전시는 부르주아의 작품을 한국에서 25년 만에 만나는 자리다. 회화, 조각, 설치 등 106점에 달하는 그의 작품을 한데 모아 70여 년 작업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는 특별한 기회다.
부르주아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다. 가족 내 긴장과 갈등, 특히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내면의 균열이 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한다.
그의 작품 전반에는 아버지에 대한 갈증과 애증, 어머니에 대한 질투와 연민이 흐른다. 이는 아버지를 상징하는 단단한 재료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부드러운 재료의 혼재로 발현된다. 조각과 바느질 같은 상반된 기법을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증오와 사랑, 남성과 여성 같은 이중적 충동을 작품 속에 녹여내는 독특한 조형 언어를 만들어냈다.

부르주아의 작품에는 남녀의 신체를 소재로 한 것들이 많다. 또한 각각의 오브제를 조각내고, 자르고, 이어붙이고, 묶어놓은 작업은 어린 시절에 느꼈던 소외감, 단절감, 정체성 혼란의 두려움 속에서도 작가가 끊임없이 갈구했던 사랑의 감성이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보여준다. 페미니즘이라기보다는 인간 본연의 감정에 충실했다는 느낌이다.
전시 제목인 '덧없고 영원한' 역시 작가가 일생을 천착했던 야누스적 의식 구조를 나타낸다. 이는 작가가 생전에 남긴 글에서 따온 것으로, 그의 예술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인 기억, 트라우마, 시간, 신체 등 내면의 복잡한 지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작가의 내적 갈등을 '의식'과 '무의식'이라는 이중 구조로 풀어낸다. 1층의 밝은 공간은 이성과 질서의 세계를 보여준다. 2층의 어두운 공간은 취약함, 질투, 우울 등 무의식적 감정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한 13점의 작품을 포함해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들도 선보인다. 특히 호암미술관이 소장한 대표작인 '엄마'(Maman)가 전시된다. 또한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을 담은 설치작 '아버지의 파괴'(The Destruction of the Father),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결합한 조각 '개화하는 야누스'(Janus Fleuri), 그리고 '밀실'(Cell) 연작 등을 선보인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부르주아의 일기, 글쓰기, 정신분석 기록 등 방대한 텍스트도 작품과 병치돼 작가의 내면을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다. 개념미술가 제니 홀저가 부르주아의 글을 전시장 곳곳에 투사하는 특별 작업도 감상할 수 있다.
김성원 부관장은 "25년 만에 한국을 찾은 루이즈 부르주아의 전시는 그의 초기 회화에서 말년의 섬유 작업에 이르기까지 70여 년에 걸친 창작 여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다"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흥과 깊은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은 2주전부터 호암미술관 누리집에서 할 수 있으며, 현장 발권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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