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마 스틸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난 앞으로 더, 더 어마어마한 X년 할 거야."

지난 22일 6부작이 전편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극본·연출 이해영)에서 신인 배우 주애(방효린 분)는 마지막 회 말미 결연한 표정으로 다짐한다.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80년대라고 달라진 거 하나 없고 세상은 여전히 엿같고 맨날 우리는 엿을 먹고 새로운 시대 같은 건 없다"면서도, 그래서 자신은 더 어마어마한 'X년'을 하겠다는 '애마' 속 당돌한 신인 주애는 시청자들에게도 강렬하게 각인됐다.


주애를 연기한 1995년생 방효린은 '애마'를 통해 단숨에 주목받는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애마'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톱스타 희란(이하늬 분)과 신인 배우 주애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천하장사 마돈나'(2006)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5) '독전'(2018) '유령'(2023)을 선보인 이해영 감독의 첫 드라마로, '애마부인'이라는 소재로 참신하고 통쾌한 여성 서사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

방효린은 극 중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영화 '애마부인' 주연에 발탁된 신인 신주애 역을 맡았다. 주애는 배우를 꿈꾸며 톱배우 희란에게 팬심을 품고 있는 인물로, 연기 경력은 없지만 당돌한 매력으로 감독과 제작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주연으로 데뷔할 기회를 쥔다. 주애가 치열한 경쟁률을 뚫었듯, 방효린 역시도 2500여 명이 넘게 지원한 오디션에서 이해영 감독의 눈에 띄었다. 이해영 감독은 최근 취재진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배우 운이 다했다고 생각할 만큼 낙담했을 때 방효린 배우가 나타났다"며 감격스러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기성 배우가 연기하는 신인 배우가 아니라, 신인 배우가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힘든 오디션을 치렀던 이유도 밝혔다.


이해영 감독이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원석은 '애마'를 통해 빛을 발했다. 방효린은 주애 그 자체로 극에 녹아들며 신인답지 않은 비범한 연기로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새로운 마스크에 당돌하면서도 당찬, 톱스타인 선배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캐릭터의 강단을 보여주며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무엇보다 여성 캐릭터를 독보적으로 소화해 온 이하늬의 에너지와 아우라를 받아내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연기를 보여준 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단순히 이하늬를 따라가기보다 함께 극을 견인하며 '애마'의 호평을 끌어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주애는 노출만을 위해 소비되는 여성 배우의 현실, 그리고 예상보다 더 야만스러운 업계와 마주한다. 그 역시도 두렵지만 연기에 대한 꺾이지 않는 곧은 열망과 꿈은 고스란히 방효린이라는 존재감으로 표현됐다. 배우의 잠재력을 일찍이 알아본 이해영 감독은 "연기력에 반했다"고 했다. 그는 "'단순히 연기를 잘한다, 테크닉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녹여 캐릭터 연기를 할 줄 아는 배우였다는 게 (캐스팅 이유로) 컸다"며 "방효린이 연기하는 주애를 볼 때 방효린이 곧 주애라는 것이 너무 일치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배우들이 감정을 묶음으로 연기할 때가 있는데 대사 한 음절 한 음절을 꾹꾹 눌러 표현하는 기본기와 내공이 있었다"며 "유전자적으로 타고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극찬했다.


넷플릭스 애마 스틸

넷플릭스 애마 스틸


방효린의 주애는 패기 넘치는 돌파력으로 '애마'의 카타르시스를 완성한다. 그는 이하늬가 연기한 희란과 갈등에서 연대로 나아가며 '애마'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6부에서 희란은 시상식에서 업계 부조리를 폭로하고, 주애는 위기에 몰린 희란을 구한 후 말을 타고 달아난다. 광화문 도로 한복판을 달리는 차들을 역주행하며 힘차게 거슬러 가는 두 여성은 이해영 감독이 드라마를 집필할 때부터 작품의 시그니처로 염두에 뒀던 이 장면을 근사하게 완성했다. 총독부를 향한 방향으로 맹렬히 달리면서 귄위적인 시대를 뚫고 가는 듯한 두 여성의 에너지는 묘한 카타르시스로 승화됐다.

방효린의 행보도 주목된다. 그는 지난 2015년 단편영화 '렛미인'으로 데뷔한 이후 여러 단편을 거쳐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2021)로 제11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 연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장편 독립영화 '지옥만세'(2023)를 선보인 데 이어 첫 드라마 '애마'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고, 최근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의 앰배서더로도 발탁되며 글로벌 행보를 이어간다. 브랜드에선 앰배서더 요건으로 향후 동반 성장 가능성, 스타의 비전과 잠재력 등을 중시하는 만큼, 업계 안팎의 관심을 입증한 방효린의 향후 활약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