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 보다 더 무서운 '침묵'…변화무쌍한 '이정효 매직'
0-1 뒤진 코리아컵 4강 2차전 하프타임, 독설 대신 침묵 메시지
선수들 오히려 더 자극받아 후반전 두골 넣고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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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독설가'로 불리는 이정효 감독이 코리아컵 4강전에서 일으킨 매직의 비결은 '침묵'이었다.
이정효 감독이 지휘하는 광주FC는 지난 27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4강 2차전에서 부천FC에 2-1로 승리, 1·2차전 합계 4-1 우위로 결승전에 진출했다. 2010년 창단한 광주가 코리아컵 결승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의 결승행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원정으로 열린 2차전에서 전반전에는 K리그2 부천에 일방적으로 밀렸고, 선제골을 내주며 시종일관 끌려갔다. 한 골만 더 내주면 1차전 리드를 잃을 수도 있는 위기였다.
하지만 광주는 후반전에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 흐름을 바꾼 뒤 역전했다. 그 배경에는 이정효 감독의 특별한 라커룸 토크가 있었다.
이정효 감독은 경기 후 하프타임 상황에 대해 "말은 하지 않고 눈과 행동으로만 선수들에게 욕을 했다. 이후 몇 가지만 짚어줬는데 다행히 후반전에는 경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언변의 마술사'라 불리는 이정효 감독은 평소 라커룸에서 열정 넘치는 스피치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로는 너무 심하다 싶을 만큼 언성을 높이고, 선수 한 명 한 명을 잡고 직접 다그치는 '호통'도 불사한다. 그래서 광주의 하프타임은 늘 시끄럽다.

하지만 코리아컵 탈락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그는 정작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정효 감독은 화를 내지 않고 침묵을 지킨 뒤,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돌아와 후반전을 한참 시작한 뒤에야 홀로 벤치로 돌아왔다.
이 방법은 효과 만점이었다.
직접 그 지시를 들은 광주의 변준수는 "사실 전반전 경기 내용이 우리도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하프타임에) 당연히 크게 화내실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오히려 차분하시고 말도 없으시더라"면서 "그래서 선수들이 더 자극받았다. 더 오기가 생겨서 선수들끼리 후반전에 꼭 뒤집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회상했다.
질책이나 지시 없이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선수들을 믿은 게, 선수들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동력이 된 것이다.
이정효 감독의 효과적 '밀당'에 선수들은 이미 100%의 신뢰를 보내며 따르고 있다.
변준수는 "이정효 감독님을 존경하고,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최대한 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 "감독님이 K리그2 우승으로 리그 트로피는 있는데, 코리아컵 트로피는 없다. 잘 준비해서 감독님께 꼭 트로피를 바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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