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 합병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사업 재편에 나섰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과의 합병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사업 재편의 새 판을 짰다. 합병법인은 미국 현지 법인과 싱가포르 투자법인을 각각 세워 방산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대응, 해외 조선시장 공략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와 합병 이후 글로벌 사업 거점을 재편할 계획이다.

핵심 전략 시장은 미국이다. 한·미 두 나라는 이재명 대통령 미국 순방으로 계기로 1500억달러(약 208조2700억원) 규모로 추진되는 MASGA 프로젝트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 조선소의 생산 능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도 MASGA 프로젝트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한다. 이 법인은 HD현대의 대미 사업을 총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조선소 인수·현대화와 공급망 재구축을 포함하는 전략적 전진기지가 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조선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일정 비율의 현지 건조가 필수인데 HD현대는 국내 생산과 현지 합작을 이중 구조로 묶어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 구조 역시 한·미 협력 틀 속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구체적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프로그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 산하 법인 형태로 미국 법인을 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한국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의 공동 투자 모델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법인이 방산 확장 전진기지라면 싱가포르 법인은 글로벌 조선 거점 통합 허브다. 현재 HD현대 계열은 베트남 HVS, 필리핀 HHIP, 두산비나(HD현대비나) 등 동남아 법인을 각각 운영 중이다. 지분 구조가 분산돼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재투자 효율성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자료=HD현대


최한내 HD현대중공업 상무는 지난 27일 콘퍼런스콜에서 "공동 투자 법인인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해 분산돼 있는 해외 사업 관리 역량을 집중하고 해외 사업을 효과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한편 의사결정을 간소화해서 투자 기회를 기민하게 대응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은 오는 12월 싱가포르에 공동 투자법인을 세워 이들 해외 자회사의 지분을 현물 출자 방식으로 이관한다. 한국조선해양이 60%, 합병 현대중공업이 40%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다.


싱가포르는 동남아 재투자 환경과 세제·법제 투명성이 우수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허브로 선호되는 지역이다. HD현대는 이를 활용해 해외 야드 개발·재투자를 효율화하고 중국·일본 조선소가 합종연횡으로 몸집을 키우는 상황에 맞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7일 이사회에서 현대미포조선을 흡수합병하기로 의결했다. 존속법인은 HD현대중공업, 소멸법인은 현대미포조선으로 합병 기일은 오는 12월1일이다. 합병 비율은 현대미포조산 주식 1주당 HD현대중공업 0.406주로 산정됐다.

HD현대는 이를 통해 2035년 매출 37조원, 방산 매출 10조원을 달성하며 글로벌 마켓 리더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는 "이번 사업재편은 급변하는 글로벌 조선업 환경 속에서 신성장의 기회를 포착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두 회사의 자원과 역량 올 한데모아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보하고 사업영역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