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조정 결렬… 중국에 '안방' 내주나
인천공항공사, 2차 조정회의 불참… 강제 조정 결정
면세점 공항 철수 현실화 우려… 중국 CDFG 들어올까
고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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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신세계면세점과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 사이의 임대료 조정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이로 인해 면세점들의 공항 철수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기업이 빈자리를 차지하며 국내 면세업계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민국의 대표 관문'인 인천공항에 외국 기업이 들어오면서 이른바 안방을 내주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인천공항은 28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조정기일에 불참했다. 양측의 의견 합치가 어렵다고 본 법원은 강제 조정을 결정했다. 구체적인 조정안 제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와 신라는 지난 4월과 5월 인천지방법원에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40% 감면해달라는 내용의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2차 조정을 앞둔 지난 25일 임대료 인하 비율을 30~35%로 낮춘 의견서를 제출하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갈등의 핵심은 임대료 체계다. 인천공항은 2023년 면세점 재입찰 과정에서 '여객 수 연동' 방식을 도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회복돼 여객이 늘면서 임대료는 자동으로 불어났지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고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이 변하면서 매출은 이를 따라오지 못했다.
현재 신라·신세계 면세점은 매출 부진을 겪으면서도 매월 300억원가량의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 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각각 163억, 39억원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상반기 매출 1조3469억원, 영업이익 3398억원을 기록했다. 여객수는 개항 이래 최대치인 3636만명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인천공항 측은 "임대료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배임이 우려되고 타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인천공항의 전체 수익 중 비항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로 이 중 상당 부분이 면세점에서 발생한다.
신라와 신세계는 민사 소송을 통해 수수료 인하를 계속 요구하거나 공항에서 철수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양사는 법정 공방과 별개로 철수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철수 시 약 1900억원의 위약금이 발생하지만 매달 발생하는 적자가 60억~8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간 소송을 이어가는 것도 피해가 상당하다.
두 면세점의 철수로 재입찰이 진행된다면 임대료는 기존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중국 국영 면세기업(CDFG)이 인천공항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CDFG가 중국 국영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국내 기업과의 합작법인(JV) 형태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CDFG는 지난 입찰에도 참여한 바 있다.
아시아 주요 공항들은 면세업황 악화를 고려해 임대료를 낮추며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입찰로 선정된 면세점 사업자의 임대료를 30% 이상 감면했고 중국 상하이공항도 기존 면세점 사업자의 임대료 최소 보장액을 4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태국·홍콩 등 다른 공항들도 관련 사안을 검토 중이다.
홍규선 동서울대학교 중국비즈니스과 교수는 "인천공항을 노리고 있는 CDFG가 (신라·신세계 철수로 생긴) 빈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 면세점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다면 면세점과의 상생을 위해 조금 양보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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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