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도, 자장면도 맞다'… 25년만에 홍길동 신세 벗어 [오늘의역사]
최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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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31일 국립국어원이 '짜장면'을 표준어로 인정했다.
국립국어원은 이날 짜장면 등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됐지만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했던 39가지를 올바른 표기법이라 인정했다. 우리가 지금은 흔히 쓰는 '복숭아뼈' '남사스럽다' '간지럽히다' '택견' '묫자리' '먹거리' '쌉싸름하다' 등도 과거엔 '복사뼈' '남우세스럽다' '간질이다' '태껸' '묏자리' '먹을거리' '쌉싸래하다' 등으로 써야만 맞는 표현이었다.
특히 짜장면에 대한 논쟁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대표적 사례다. 당시 국민 대부분은 표준어인 자장면 대신 짜장면이란 말로 이 음식을 불렀다. 표준어를 지켜야 했던 신문과 방송, 도서 업계에서나 외롭게 자장면을 고수했을 뿐 동네 중국집은 대부분 짜장면이라 표기했다. 그만큼 우리 국민에게 이 음식은 짜장면이었다.
2000년 안도현 시인이 출간한 소설 '짜장면'의 한 구절엔 "나는 우리나라 어느 중국집도 자장면을 파는 집을 보지 못했다" "아무리 당신들이 자장면이라고 해도 난 짜장면이라고 할 거다"라는 글귀가 있었다. 그만큼 당시 국민들에겐 짜장면을 자장면이라 부르는 것은 큰 애환이었다.
'짜장을 짜장이라 부르지 못해'… 홍길동 신세 면한 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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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짜장면은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 신세였다.
국립국어원은 1986년 외래어 표기법을 기준으로 짜장면이란 표현을 다르다고 명시했다. 이는 짜장면의 유래가 중국어 '炸醬'(zhajiang)과 국수 면(麵)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어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zh음은 ㅈ으로 쓴다'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자장면이 표준어가 됐다.
다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원칙에 맞는 표현이었지만 일반 시민들의 언어 습관과 너무 다른 표기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 방송된 SBS 스페셜 '자장면의 진실'이라는 프로그램에선 자장면과 짜장면 중 어떤 표현을 더 많이 쓰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응답자 중 91.8%는 짜장면이란 표현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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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짜장면의 영원한 친구' 짬뽕이 표준어로 인정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짬뽕의 어원을 두고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있다. 1945년 광복 이후 한국에 정착한 산둥성 출신 중국인들이 차오마멘을 한국인의 식성에 맞게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것을 뒤섞었음'을 의미하는 일본어 챤폰(ちゃんぽん)이 붙었다는 설, 일본 나가사키에 한 중식당에서 탕루시멘을 먹던 중국 푸젠성 출신 사람들이 그들 사투리인 '챵호'(밥 먹었니)를 인사말로 주고받았고 이를 일본인들이 잘못 알아들어 챤폰으로 착각한 것이 한국으로 넘어왔다는 설이 존재한다.
당초 국립국어원은 짬뽕의 유래가 일본에 있다고 판단해 초마면으로 순화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짬뽕이 익숙한 대중은 아무도 초마면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고 결국 짬뽕을 표준어로 인정했다. 다만 이 탓에 짜장면과의 형평성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25년의 세월은 규범과 실제 언어의 차이를 인정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짜장면이 표준어로 인정된 현재는 자장면도 짜장면도 맞는 표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권재일 전 국립국어원장은 당시 "언어생활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은 단어들을 검토하는 일을 꾸준히 해왔다"며 "표준어를 새로 인정하는 일은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일이어서 어문 규정에서 정한 원칙, 다른 사례와의 관계, 실제 사용 양상 등을 시간을 두고 조사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동안 규범과 실제 언어 사용의 차이로 인해 생겼던 언어생활의 불편이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인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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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