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항소법원이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권한을 넘어선 불법이라고 판결했다./사진=로이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30일(한국시간 기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권한을 넘어선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판결에서 "IEEPA는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비상조치 권한을 부여하지만 해당 법률은 관세를 언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 대한 명확한 제한을 담은 절차적 안전장치도 포함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회가 IEEPA 제정 당시 과거 관행을 벗어나 대통령에 관세 부과에 대해 무제한적인 권한을 부여하려 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법을 근거로 전 세계 교역 상대국을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와 중국·캐나다·멕시코를 대상으로 부과한 소위 '펜타닐 관세'가 위법이라는 의미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주로 적국에 대한 제재 부과나 자산 동결에 활용돼 왔다.


이 법을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상호관세나 펜타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서 무역 불균형, 미국 제조업 경쟁력 약화, 국경을 통한 마약 유입 등의 사유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혀왔다. 그러면서 수입품 규제 또는 전면 차단 권한 등을 부여하는 IEEPA를 적용할 수 있고, 따라서 관세 부과도 정당하다는 논리를 펴왔다.


이날 항소법원의 판결은 두 건의 소송에 따른 것으로, 하나는 미국 소기업 5곳이 제기한 것이고, 하나는 민주당 주도의 미국 12개 주가 제기한 소송이다. 이들은 IEEPA가 관세를 승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뉴욕 소재 미국 국제무역법원(5개 기업 소송)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12개 주 제기 소송) 재판부 모두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다만 이번 판결로 인한 혼란과 트럼프 행정부의 상고가 예상되는 상황 등을 고려해 관세를 10월 14일까지 유지하도록 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재판부가 7대 4의 의견으로 이같이 판결했으며, 위법하다는 다수 의견을 낸 판사 7명 중 6명, 소수 의견 4명 중 2명을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 임명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는 다수 의견에 찬성한 1명과 반대 의견을 낸 4명 중 2명이다.

이번 판결은 자동차 및 차 부품, 철강·알루미늄 등 무역확장법을 근거로 한 품목 관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미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품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판결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모든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오늘 극단적으로 편향된 항소법원이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고 잘못 판결했지만, 결국 미국이 승리할 것임을 잘 알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미국 연방대법원의 도움으로 우리는 이를 국가의 이익을 위해 활용해 미국을 다시 부유하고 강하며 위대한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혀 대법원 상고를 시사했다.

트럼프는 글에서 "관세들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국가에 대한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그것은 우리를 재정적으로 약화시킬 것이며,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 미국은 더 이상 막대한 무역적자와 불공정한 관세 및 비관세 무역 장벽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더 이상 우리 제조업체, 농민, 그리고 모든 국민을 약화시키는 막대한 무역적자와 불공정한 관세 및 비관세 무역 장벽을 우방이든 적이든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판결이 유지된다면 이는 말 그대로 미국을 파괴할 것이다. 이 노동절 연휴를 시작하며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하는 것은 관세가 우리 노동자를 돕고 미국산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최고의 도구라는 것"이라면서 "오랫동안 무관심하고 무지한 정치인들은 관세를 우리에게 불리하게 사용하도록 방치했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