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른 서승재(오른쪽)-김원호 (한국배드민턴협회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배드민턴 남자복식 서승재(28)-김원호(26·이상 삼성생명)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파리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벌써 6번째 세계대회 우승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영 오픈을 제패하고 BWF 공인 세계랭킹 1위 등극에 이어 세계선수권 우승까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서승재-김원호다.


서승재-김원호는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아디다스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천보양-류이(11위)를 게임 스코어 2-0(21-17 21-12)으로 제압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세트가 승부처였다. 5-5까지 시소게임을 벌이던 두 팀은, 이후 중국이 거푸 4점을 가져가면서 추가 기울어졌다. 이후로도 서승재-김원호가 추격하면 천보양-류이가 달아나는 양상이 반복돼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서승재-김원호는 13-17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무려 8점을 내리 획득하는 집중력과 뒷심을 발휘하며 21-17로 역전승, 기세를 올렸다.

흐름은 2세트까지 이어졌다. 시작과 동시에 연속 포인트를 따낸 서승재-김원호는 8-0까지 달아나 상대의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었고, 결국 여유로운 리드 속 21-12로 마무리하며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경기 시작 40분 만에 마무리된 깔끔한 승리였다.



명실상부 배드민턴 남자복식 최강의 조로 자리매김한 서승재-김원호(한국배드민턴협회 제공)


이로써 한국 대표팀은 여자단식 안세영의 동메달과 함께 금메달 하나를 추가하며 대회를 마쳤다. 서승재는 지난 2023년 대회에서 강민혁(국군체육부대)과 짝을 이뤄 남자복식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다른 파트너로 대회 2연패를 달성하는 흔치 않은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2018년까지 복식조로 활동하던 서승재-김원호는 이후 각각 다른 파트너와 함께 대회에 나서다 올해 재결합한 조합이다. 혼합복식까지 병행하던 두 선수가 올해 초 경기력향상위원회에 남자복식만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협회도 받아들여 다시 팀을 꾸렸는데 환상적인 호흡을 보이고 있다.


신년 벽두 말레이시아오픈 우승으로 기분 좋게 출발한 서승재-김원호 조는 지난 3월 최고 권위의 전영오픈을 제패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남자 복식조가 전영오픈에서 우승한 것은 2012년 정재성-이용대 이후 13년 만의 쾌거였다.

6월 인도네시아오픈, 7월 일본오픈 트로피까지 들어 올린 두 선수는 결국 7월말 BWF가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1위에 올랐다. 한국 남자 복식조가 BWF 랭킹 1위를 차지한 것은 이용대-유연성조 이후 9년 만이었다.


'복식의 달인' 박주봉 감독의 조련을 받으면서 더 성장했다는 평가다. (한국배드민턴협회 제공)


지난 4월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복식의 달인' 박주봉 감독의 지도를 받으면서 더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남복)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혼복)에 빛나는 박 감독은 세계선수권에서 무려 5개의 금메달(1985 캘거리/남복·혼복, 1989 자카르타/혼복, 1991 코펜하겐/남복·혼복)을 획득한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이다. 5개 금메달은 세계선수권 개인 최다 금메달 기록이기도 하다.

올해 최상위 레벨 대회인 '슈퍼 1000' 시리즈 3승에 이어 세계선수권까지 제패하면서 이제 서승재-김원호는 최강의 남자복식조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7년이라는 공백이 믿기지 않는 놀라운 행보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이 내뿜고 있는 아우라가 워낙 강해 지금까지는 버금가는 성과를 거두고도 빛이 다소 바랜 느낌이 있었는데, 이젠 '한국 배드민턴의 또 다른 간판'이라는 수식도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