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재역전' 반복 KIA…감독 '신뢰'가 오히려 독?[프로야구 인사이트]
마무리 정해영 7~8월에만 4번째 패배…역전 후 재역전 허용
열흘 휴식 후 성급한 마무리 복귀…멘탈 회복 쉽지 않아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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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KIA 타이거즈의 '뒷문'이 또 무너졌다. 극적인 역전승이 돼야 할 경기가 또다시 '대참사'로 마무리됐다. 두 달 새 벌써 4번째다.
올 시즌 KIA 마무리 정해영(24)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불안불안해도 끝내막아내고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았던 지난 몇 년과는 확연히 다르다. 선동열, 임창용 이후 처음으로 '구원왕'에 오르고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령탑의 구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9회를 책임지는 마무리투수의 부진은 곧 팀 전체 사기와 성적으로 연결되는 것인데도, 이범호 감독은 여전히 '마무리 정해영'을 고집하고 있다.
물론 신뢰는 선수단이 하나로 뭉치고 융합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칠 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올 시즌의 KIA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KIA는 8월31일 열린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6-7로 패했다. 단순한 '1패' 이상의 충격인 이유는 또다시 9회말 뒤집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KIA는 3-4로 끌려가던 8회초 역전에 성공했다. 1사 2,3루에서 김석환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었고, 김규성의 인사이드 파크 홈런(2점)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사이드암 우규민을 상대로 내세운 '나성범 대타'가 맞아떨어졌고, 장타가 많지 않은 김규성이 극적인 역전 '그라운드 홈런'을 때렸다는 점에서 기세가 잔뜩 오를 수밖에 없었다.
8회를 전상현이 깔끔하게 막은 것까진 좋았는데, 9회 2점 차 리드를 정해영이 지키지 못했다.
2사 1루에서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하고, 장성우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계속된 위기에선 김상수에게 끝내기 역전 2타점 2루타를 맞고 고개를 떨궜다.

정해영이 나와 이런 패턴으로 역전패를 당한 경기가 7~8월에만 벌써 4번째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7월12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2-1로 앞선 9회말 정해영이 등판해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준 뒤 문현빈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7월22일 LG 트윈스전에선 8회말 무려 6점을 내 7-4로 경기를 뒤집었는데, 이어진 9회초 등판한 정해영이 박해민에게 동점 3점홈런을 맞는 등 ⅓이닝 4실점으로 난타당한 끝에 또 한 번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8월16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9회초 상대 마무리 김택연을 공략해 3-2로 역전했는데, 9회말 등판한 정해영이 또다시 흔들려 3-4로 끝내기 패배했다.
KIA에 이런 '대역전승'을 거둔 팀들은 모두 연승으로 흐름을 이어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화는 후반기 초반까지 10연승을 내달렸고, LG는 6연승, 시즌 순위 9위에 머문 두산도 7연승을 기록했다.
역전패를 당한 KIA는 정반대의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
실제 4번의 대역전패 이전 KIA의 흐름은 모두 상승세였다. 한화를 만나기 전엔 잠시 공동 2위까지 올라갔고, LG전 이전엔 부상 선수들의 복귀로 기세를 올렸다. KT 역전패 직전에도 6연패 후 3연승으로 반등 흐름을 타고 있을 무렵이었다.
결국 이 충격적인 역전패 4번이 KIA의 올 시즌 전체 흐름을 바꿔놨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선수에 대한 원망이 커질 수 있지만, 못하고 싶은 선수는 없다. 정해영의 경우 입단 2년 차부터 풀타임 마무리를 맡아 쉼 없이 달려왔고, 몸과 마음이 지칠 때가 됐다. 다잡은 경기를 자기 손으로 망쳤다는 상실감은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했음에도 '신뢰'를 놓지 않고 있는 사령탑이 더 큰 문제일 지도 모른다.
이범호 감독은 7월까지만 해도 정해영의 마무리 기용에 변화가 없다가, 8월 두산전 역전패 이후 정해영을 2군에 내려보냈다. 임시 마무리로는 전상현을 기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1군 복귀가 가능한 시기인 열흘을 채우자마자 정해영을 다시 불러들였고, 딱 한 경기만 7회에 등판시킨 뒤 다시 마무리투수로 복귀시켰다.
구위와 몸 상태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는 하나, 이미 여러 차례 무너진 경험이 있는 젊은 투수에게 열흘이라는 시간은 부족해 보였다. 결국 세이브 상황이 오자마자 또 한 번의 '대형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올 시즌 KIA에 남은 경기는 이제 22경기뿐이다. '우승 후보 0순위'였던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은 온데간데없고, 가을야구도 못 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순위는 8위지만, 격차가 크지 않아 아직 기회는 있다.
다만 남은 기간 정해영의 활용법에 대해선 다시 한번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상황에서도 마무리투수로 정해영을 고집하는 건, 팀과 선수 모두에게 너무도 큰 위험부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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