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을 고수했다. /사진=뉴시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토큰증권(STO) 제도화에는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도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해서는 "내재가치가 없다"고 언급해 디지털 자산 정책의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토큰증권 제도화를 '최우선 과제'로 언급하며 "조속한 제도 도입을 위해 국회 입법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내재적 가치가 없어 전통적인 금융상품과 다르다"고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

토큰증권이 이처럼 파격적인 지원을 받는 배경에는 현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와 12대 중점 전략과제에 동시 선정된 특별한 지위가 있다.


특히 5대 국정목표 중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의 추진전략인 '성장을 북돋는 금융혁신' 과제에서 ▲분산 원장 기반의 효율적 계좌 관리 ▲스마트 컨트랙트 활용이 가능한 토큰증권의 발행·유통 제도 도입 등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을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이끌 핵심 인프라로 재정의하고 있다. 4월부터 7월까지 공식석상에서 7차례 연속 토큰증권 제도화를 강조하며 디지털자산 정책 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주요 발표 내용을 보면 ▲4월8일 제1차 자본시장전략포럼에서 조각투자 플랫폼 등 증권 발행·유통 체계 다양화를 올해 중점 과제로 선정 ▲4월21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STO는 자본시장 혁신에 상당히 중요한 혁신 어젠다'라고 발언 ▲7월24일 소상공인 현장간담회에서 토큰증권을 활용한 사업자금 조달 방안 마련 등을 제시했다.

국회 정무위에 따르면 토큰증권 법안은 9월 법안소위에서 최우선 처리 법안으로 처리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여야 공통 공약이자 새 정부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되는 등 강력한 추진 의지가 확인된 만큼 국회 통과는 순조로울 전망이다.


반면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억원 후보자는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가치 저장, 교환의 수단 등 화폐의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연금·퇴직계좌에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이 심하고 투기성이 강해, 노후 안정적 소득 보장을 위한 퇴직·개인연금에서 투자하는 것에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고 우려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관련해서도 "다양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 후보자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특히 미국이 금융당국 수장을 가상자산 친화적 인물로 모두 교체한 상황에서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

한 블록체인 기술 업체 관계자는 "내재가치가 없다는 의견은 '비트코인 붐'이 처음 일었던 2017~2018년에는 그런 의견이 많았으나, 가상자산의 활용도가 높아진 현재에는 맞지 않는 의견"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의 발언과 달리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기구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에 발의된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들에는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나와 있는데, 금융당국의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그럴 바엔 금융위 외 별도 담당 기구를 만드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