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령 "연극은 고행…'로제타' 하면서 나를 계속 덜어냈다"(종합)
연극 '로제타' 배우 김성령 라운드 인터뷰
6년 만의 무대복귀…"로제타, 경이로운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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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이번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대사량을 보니 연극 '미저리'의 8분의 1이었어요. 부담감이 확 줄었다 싶었는데, 웬걸요. 대사가 적은 대신 몸을 이렇게 많이 쓰게 될 줄은 몰랐어요."
배우 김성령(58)은 지난달 23일부터 31일까지 연극 '로제타'로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섰다. '미저리' 이후 6년 만의 무대 복귀였다.
그는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옐로밤 사무실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로제타'는 퇴장 없이 90분간 무대 위를 엄청나게 뛰어다니는 작품"이라며 "체력적으로 힘든 공연"이라고 했다.
연극 '로제타'는 한국 근대 의료와 교육을 개척한 감리교 선교사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스물다섯 살이던 1890년 미국에서 조선으로 건너온 그는 국적·언어·계층·성별의 장벽을 넘어, 의료와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을 위해 헌신했다.
작품은 1894년 국내 최초의 맹아학교 '평양여맹학교'와 여성 진료소 '광혜여원'을 설립하는 등 한국 근대사에 뜻깊은 발자취를 남긴 로제타의 일기장을 따라간다. 특히 성별과 인종이 다른 8명의 배우가 돌아가며 로제타의 다양한 모습을 연기하는 독특한 형식이 눈길을 끈다.
이번 공연에서 김성령을 제외한 7명의 배우는 모두 2년 전 초연 때 출연했다. "후배들한테 민폐가 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 많았다"며 "연기 호흡을 빨리 따라잡기 위해 초반에 특히 부담감과 조바심이 컸다"고 털어놨다. 한 달 반의 준비 기간 동안 연습실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는 "'로제타'에서는 8명이 한 인물을 연기하다 보니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며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내 연기를 어떻게 잘 보여줄까'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나를 덜어내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로제타라는 인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질문에 "나라면 스물다섯 살에 조선에 오는 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신앙심과 사명감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며 "더 놀라운 건, 남편과 자녀를 잃은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조선으로 왔다는 점이었다"고 했다. 이어 "로제타는 경이롭고, 숭고하고, 멋진 분"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좋아하는 극 중 대사로는 "돌풍 부는 날에 폭풍으로 날 옮기시는 분을 기대한다"를 꼽았다. 참척의 고통마저 겪고도 "삶의 시련에는 뜻이 있기에 (하나님의) 계획을 신뢰하는 믿음이 담겼기 때문"이라고 김성령은 설명했다.
배우 데뷔 34년 차. 그동안 영화 20여 편, 드라마 약 60편에 출연했지만, 연극은 이번이 일곱 번째다.
그는 "연극은 늘 인연처럼 다가온다"며 "'로제타'도 드라마 '금주를 부탁해'를 마친 뒤 '할 만한 연극 없을까' 싶을 때 제안이 들어왔다"고 했다.
이어 "드라마나 영화는 쫓기듯 촬영하는 느낌이라, 목마름이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작품을 찍는다"며 "반면 연극은 마음은 채워지지만 몸이 너무 고되다, 연극은 그야말로 고행"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는 건 매번 힘들다"고 토로하는 그이지만, 차기작을 언급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묻어 있었다.
"영화 '낮은 곳으로부터'에 출연해요. 아들이 죽은 뒤 남겨진 유가족에 대한 이야기인데 10월에 크랭크인, 내년에 개봉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낭독 공연'도 해보고 싶어요. 몸 안 쓰고, 대사 안 외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아, 신구·박근형 선생님도 계신 데, 제가 벌써 그러면 안 되겠죠?(웃음)"
한편 국립극단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이 공동 기획한 '로제타'는 오는 5~6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어 베세토 페스티벌 초청작으로 27~28일 일본 도리긴문화관에서도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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