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한국 영화는 13년 만에 또 한 번의 황금사자상을 거머쥘 수 있을까.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어쩔수가없다'는 지난달 29일(이하 현지 시각)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회를 갖고 현지 관객 및 영화제 참가자들에게 공개됐다. 상영 이후에는 관객들로부터 9분간 뜨거운 기립 박수를 받았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 영화.


박찬욱 감독의 12번째 장편 영화인 이 영화는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한국 영화가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2012) 이후 처음이다. 앞서 '피에타'는 한국 영화 최초로 이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공개 이후 '어쩔수가없다'는 압도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의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 토마토 지수는 3일(한국 시각) 100%, 만점을 유지 중이다. 로튼토마토의 토마토 지수(Tomatometer)는 한 영화에 대해 공식적으로 등록된 평론가의 평가가 긍정적인지, 부정인지를 나눠 비율로 표시한 것이다. 현재까지 19명의 평론가가 '어쩔수가없다'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만점이 가능했다.


'어쩔수가없다' 주연 배우들 ⓒ AFP=뉴스1


이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을 뛰어넘은 점수다. '기생충'은 485명의 평론가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99%의 토마토 지수를 나타냈으며, 현재도 같은 점수를 유지 중이다. 다만, '어쩔수가없다'의 경우 영화를 평가한 평론가가 늘어날수록 토마토지수가 다소 하락할 가능성은 있다.

외신들의 호평은 영화의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가디언은 "가족의 붕괴, 가장의 위기, 그리고 국가의 현주소를 그려낸 초상"이라고 전했다. 버라이어티는 "박찬욱이 현존하는 가장 품위 있는 감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이자 매혹적인 블랙 코미디"라고 극찬했다. 이어 인디와이어는 "박찬욱 감독의 탁월하고, 잔혹하고, 씁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자본주의 풍자극. 이병헌의 유려한 연기는 박찬욱 감독의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인 톤을 지탱하는 핵심이다"라고 표현했다. 더불어 BBC는 이 영화를 두고 "올해의 '기생충'"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영화제 현지에서 발행되는 공식 데일리 '시아크 인 모스트라인(CIAK in Mostra)의 별점 평가에서도 3.6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베팅 사이트에서 공개된 경쟁 부문 작품 중 황금사자상 수상이 가장 유력한 작품으로 언급되며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6일 폐막하는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이제 단 3일만을 남겨두고 있다. 경쟁 부문에 진출한 21편의 작품 중 최고상의 영예를 박찬욱 감독이 가져올 수 있을까. 그간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바 있다. '칸의 총아'였던 그가 '베니스'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