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협력 핵심' 고려아연 미국 자원순환 전초기지 '페달포인트'
전자폐기물·태양광 폐패널에서 고부가 금속 회수…이차원료 주요 조달처 역할
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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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한미 공급망 협력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도시광산 사업을 위해 설립된 기업으로, 고려아연 자원순환 밸류체인의 핵심 거점으로 평가된다. 미국 내 전자폐기물을 통해 다양한 고부가 금속 회수가 가능한 만큼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현지 공급망 안정화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고려아연은 한미 공급망 협력의 '린치핀'(중심축)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여해 글로벌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온산제련소 게르마늄 공장 건립도 추진한다. 약 1400억원을 투자해 내년 착공 및 2028년 상업 가공을 목표로 한다. 시설이 완공되면 연간 약 10톤의 고순도 게르마늄 메탈을 생산할 수 있다.
게르마늄은 대표적인 첨단 핵심 소재로 꼽히지만,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이를 수출규제 1호 품목으로 지정하면서 미국의 고민이 깊었었다. 향후 한국산 게르마늄이 미국에 수출되면 고려아연의 전략적 가치가 한층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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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미국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는 가운데 현지 자회사 페달포인트의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페달포인트는 미국에서 발생한 이차원료(전자폐기물, 태양광 폐패널) 수거·전처리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페달포인트에서 수거된 전자폐기물과 태양광 폐패널이 물리적 전처리를 거친 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동·은 등의 최종제품으로 생산되는 구조다. 현지에 총 9개 법인을 운영 중이며, 각 법인은 서로 유기적 관계 속 고려아연의 공급망 전반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ITAD를 바탕으로 유가금속 회수에 필요한 전자폐기물을 확보하고 있다. ITAD는 수거한 IT폐기물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삭제해 재판매하거나, 판매가 어려운 제품을 파쇄 및 선별하는 재활용을 일컫는다. 페달포인트는 해당 과정을 통해 동을 함유한 PCB를 추출한다. ITAD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금·은·동·팔라듐 등 귀금속 함량이 높아 대표적인 이차원료로 꼽힌다.
태양광 폐패널을 활용한 사업도 각광 받는다. 태양광 폐패널을 파쇄해 은이 농축된 폐셀을 추출하는 방식인데, 패널 가치의 절반이 은에 해당해 이차원료 확보 측면에서 강점이 크다. 또 폐패널은 높은 은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재활용 경제성을 갖춘 업체가 부재해 업계 내 경쟁 우위에서도 앞섰단 평가다. 고려아연은 이미 대규모 처리 시스템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했으며, 향후 페달포인트를 통해 태양광 폐패널 기반 은 회수 사업을 적극 확장할 방침이다.
자회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캐터맨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비철 스크랩을 트레이딩하는 기업이다. 이차원료 조달 외에도 제품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그니오는 미국과 유럽에서 선별한 PCB를 소성한 뒤 귀금속 형태로 농축해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프랑스에 소성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려아연의 전처리 기능을 일부 담당해 설비 효율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사업 고도화를 위해 로보틱스 솔루션 기업 로보원에 약 150억 원을 투자, 경영권을 확보했다. 로보원은 인공지능(AI) 기반 폐기물 선별 로봇 솔루션 '로빈'을 보유하고 있다. 유가금속이 포함된 스크랩만 자동선별하는 기술을 갖춰 원가 절감과 선별 고도화에 기여하고 있다. 향후 미국 내 6곳 허브에 순차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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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페달포인트는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 속 자원순환의 핵심 거점을 맡을 거란 관측이다. 미국이 추진하는 '탈중국 공급망' 전략과도 맞물리면서, 현지 법인을 통해 이차원료 조달과 해외 판매를 동시에 하는 고려아연의 중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페달포인트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5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설립 이후 상반기 기준 첫 흑자를 달성, 성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앞으로도 페달포인트는 이차원료 확보 기업으로서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향후 온산제련소 내 동 건식제련 설비를 확장해 10만톤의 동을 건식제련으로 생산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한 상당량의 원료를 페달포인트에서 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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