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 추이/그래픽=김은옥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이자장사' 지적에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사상 최고치로 올라간 예대금리차를 비판하자 은행권은 취약계층 대출의 우대금리를 확대하며 서민금융 강화에 나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8월 말 기준 신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3.97~ 4.11%로 집계됐다. 주담대 금리는 지난 7월 3.85~4.15%에서 하단은 0.12%포인트, 상단은 0.04%포인트 내렸다.

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졌다. 지난 7월 기준 5대 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평균 1.49%포인트로 6월(1.47%포인트)보다 0.02%포인트 확대됐다. 작년 7월(1%포인트) 이후 0.49%포인트 올랐다. 가계 부문 예대금리차(1.48%포인트)는 지난 1년간 1.04%포인트 벌어졌다.

은행권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가계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추세다. 금리 인하의 수혜를 취약계층으로 제한해 대출금리 인하 체감 효과를 높이고 가계대출 수요가 쏠리지 않게 하려는 취지다.


신한은행은 오는 5일부터 '새희망홀씨대출 특별지원 우대금리'를 최저 연 4%대로 적용한다. 새희망홀씨는 소득이 적거나 신용이 낮아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웠던 계층을 위해 별도의 심사기준을 마련해 대출해 주는 은행의 서민 맞춤형 대출상품이다.

신한은행은 우대금리를 기존 1.0%포인트에서 1.8%포인트로 확대해 새희망홀씨대출에 최저 연 4%대 수준의 신규 취급금리(고객별 상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국민은행도 서민금융 지원 대출상품인 'KB 새희망홀씨II'의 신규금리를 1%포인트 인하하고 금리 상한도를 연 9.5%로 내린다. 2022년 대출금리를 1%포인트 인하한 후 추가 금리 부담 감경 조치다.

아울러 '가계대출 채무조정제도'에 대한 신규금리도 3.5%포인트 인하한다. 대상 상품은 ▲신용대출 장기분할상환 전환제도 ▲채무조정프로그램(신용대출) ▲휴폐업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에 대한 가계대출 채무조정 프로그램 ▲KB 개인사업자 리스타트대출 등 총 4종이다. 신규금리는 기존 연 13%에서 9.5%로 낮아진다. 국민은행은 이번 금리 인하로 연간 약 4000여명, 600억원 규모의 대출이 금리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취약계층의 부담 경감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한 조치"라며 "포용금융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대출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일부터 주담대, 신용대출, 전월세보증금대출 등 주요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낮췄다.

전월세보증금대출과 주담대 5년 변동금리 상품 금리는 각각 0.2%포인트 인하했다. 주담대 5년 변동형 금리는 기존 최저 3.5%에서 3.3%로 내려간다.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과 전월세보증금대출 금리를 최대 0.33%포인트씩 인하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의 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중도상환수수료 개편, 금리 인하요구권 활성화를 추진하며 은행의 금리 인하를 강조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대출금리 산정 시 각종 출연금과 교육세 등 법정비용(약 0.2%)을 반영할 수 없도록 은행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은행 관계자는 "예대마진을 축소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내리면 고객들의 수요가 쏠리는 상황이 나타난다"며 "금융당국이 예대마진에 대해 지적한 만큼 은행권에서 금융 취약계층의 대출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폭넓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5대 은행의 8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2조8985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9251억원 늘었다. 지난 3월(1조7992억원)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적은 증가 폭이다. 가계대출은 지난 6월 6조7536억원 급증했으나 6·27 규제 이후 7월 4조1386억원, 8월 3조9251억원으로 줄어드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