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25년 만에 팀을 떠난다. 사진은 토트넘 회장직을 맡았던 레비. /사진=로이터


최고의 경영자란 평과 함께 최악의 협상가로 불린 다니엘 레비 토트넘 홋스퍼 회장이 25년 만에 직에서 물러났다.

토트넘은 5일(한국시각)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레비 회장이 약 25년 동안 맡았던 토트넘 회장직에서 사임했다"며 "레비 회장 체제의 토트넘은 지난 25년 동안 완전히 변했다. 지난 20시즌 중 18시즌을 유럽대항전에 출전했고 세계에서 인정받는 클럽이 됐다"고 평가했다.


레비 회장은 "모두와 함께 이룬 업적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클럽을 최고 수준 팀들과 경쟁하는 클럽을 만들었고 우리만의 공동체로 만들었다"며 "수년 동안 이 클럽에서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행운을 누렸다. 순탄했던 여정은 아니었지만 항상 발전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모두에게 감사하고 이제 열정적으로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레비 회장은 2001년 에닉 그룹이 토트넘을 인수한 후 현재까지 무려 25년 동안이나 회장직을 맡아왔다. 그는 토트넘의 상징적 인물 중 한명이자 가장 논란이 많은 인물이다. 또 가장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 중 하나다.


레비 회장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하위권에 머물던 토트넘의 수익 구조를 크게 개선했다.키런 매과이어 축구 재정 전문가는 "토트넘은 EPL 역사상 가장 수익성 높은 클럽"이라고 평가했다. 또 화이트 하트 레인(토트넘 전 홈구장)을 벗어나 최신 설비를 갖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이전을 성공시키는 등 경영자로선 호평받았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25년 동안 맡았던 회장직을 내려놓는다. 사진은 지난 1월 레비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팬들의 모습. /사진=로이터


다만 팬들 입장에선 최악의 경영자 중 한명으로 꼽힌다. 토트넘이 세계적 인기 구단으로 성장했지만 레비 회장은 여전히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협상 과정에서 냉혹한 모습을 보여 악평이 자자한 인물 중 하나다. 일부 축구계 관계자들도 레비와 협상하고 싶지 않아 토트넘과 거래를 꺼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주급 체계와 경영 안정을 강조한 탓에 재계약 협상도 소극적이다. 이 때문에 오랜 시간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스타 플레이어들도 대부분 토트넘을 떠났다.


성과도 크지 않아 비판받았다. 지난 1월 레스터 시티와의 홈경기에서 일부 팬은 '24년, 16명의 감독, 단 1개의 트로피'라는 현수막을 건 채 레비 회장의 퇴임을 촉구했다. 실제로 토트넘은 2007년 FA컵 이후 우승이 전무했다. 물론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레비 체제 두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팬들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했다. 토트넘은 피터 채링턴 비상임 회장을 선임해 레비 회장의 빈 자리를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