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용이면 명인제약 깡통 상장했을 것"… 이행명 대표 해명 논란
"깡통 상장 가능했다" 호언과 달리 "승계 안 한다" 약속 없어
안효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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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제약 승계용 상장 의혹에 대한 이행명 대표 해명이 오히려 의혹을 키우는 모습이다. 승계용 상장이었다면 상장 전 대규모 배당으로 회사 가치를 낮춰 증여·상속세를 덜 내는 방식으로 상장시켰을 수 있었다는 주장인데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승계할 것이었으면 최대 주주로서 회사 보유 현금을 전부 배당받은 뒤 깡통 상장하지 뭐 하러 회사 현금을 그대로 두고 기업공개(IPO)를 하겠느냐"고 발언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명인제약에 세법상 비상장사보다 상장사 주식이 오너 일가 증여·상속세를 아낄 수 있어 상장하는 것 아니냐는 눈길을 보냈다. 수익성과 현금이 충분한 명인제약이 설립 40여년 만에 상장을 추진할만한 뚜렷한 이유가 없다는 의혹이다. 여당 의원까지 해당 의혹을 국회에서 공개 지적하면서 더 무게가 실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 대표 해명을 두고 회사 지분을 대부분 보유한 오너 일가가 회사 현금을 취해 회사 가치를 낮췄다면 배당소득세까지 고려해도 증여·상속세 절감분이 더 크다는 취지로 풀이한다.
거래소와 업계 모두 낮은 현실성에 대해 지적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그런 배당이면 재무제표에서 티가 날 수밖에 없는데 기업 계속성과 경영 투명성 측면에서 상장 심사 기준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IPO 업계 관계자도 "상장 전 최대 주주에 거액 배당한 종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딜"이라며 "거래소가 그에 상응하는 주주 친화 대책이 무엇인지 되묻게 될 가능성이 크고 금융감독원 증권신고서 심사 과정에서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혹 제기가 불편했던 것 같은 데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발언"이라고 짚었다.
명인제약 주관사인 KB증권의 관계자는 이 대표 방식대로 상장을 추진했어도 주관사를 맡았을 것이냐는 질의에 "답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문경영인 영입, '구두 약속'했다가 뒤늦게 기재
이 대표는 "3~4년 안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명분도 내세웠다. 회사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취지다. 이 발언과 달리 오너 일가는 이 대표 자녀가 설립한 광고 회사에 일감을 주는 등 회사 소유권과 경영권을 활용한 내부 거래를 맺어왔다. 이 대표 두 자녀 이자영씨와 이선영씨는 회사 지분 약 10%를 각각 소유한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증권신고서에서도 전문 경영인 도입을 약속하지 않고 언론에만 알렸다가 당국 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자 뒤늦게 기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고서 정정 전 머니S와의 통화에서 "3~4년 내 전문경영인 선임으로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정도 사안은 신고서에서 설명해야 하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명인제약은 정정 신고서에서 대표이사 임기를 최대 6년까지로 정관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문 경영인 체제 구축과 이사회 중심 경영 구조 확립을 고려하면 최대주주 지분 상속·증여와 관련해 추진하거나 계획 중인 사항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으로 지분 승계 가능성이 작다는 취지는 명인제약이 앞서 밝혔던 해명과는 상반된다. 회사 관계자는 정정 신고서 제출 전 머니S에 "지분은 개인 재산"이라며 "승계와 무관하게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 경영인 체제를 택할 예정인데도 이 대표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배경에도 "지분 보유와 무관하게 대표 자녀분들이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전문 경영인 체제 구축과 지분 보유 및 승계를 구분했다.
이 대표가 세운 또 다른 명분은 연구개발이다. 이 대표는 앞선 인터뷰에서 "좋은 인재들이 비상장 회사라는 이유로 지원을 많이 안 한다는 점이 가장 애로사항"이라며 "제약사는 연구개발이 생명인데 인재가 없으면 연구개발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역시 그동안의 회사 행보와 다르다. 명인제약은 최근 연구개발 투자 비중을 줄여왔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22년 6.56%에서 올해 상반기 4.71%로 내렸다. 공모금을 투입한다는 이탈리아 조현병 신약 사업은 이미 상장을 추진하고 있던 올해 1월 라이선스인 계약을 체결해 확정했다.
명인제약 가치 평가법도 신약 개발사들이 택할 수 있는 주가수익비율(PER)이나 EV/파이프라인(Pipeline) 등이 아닌 EV/EBITDA를 썼다. EV/EBITDA는 공장 설비 규모 등이 중요한 복제약 제약사에 적합한 수단으로 꼽힌다. 지분 구조도 증여에 유리하다. 이번 상장으로 최대 주주가 지분을 의무 보유하는 기간은 6개월로 최소 수준이다. 직원들 지분(우리사주) 의무 보유 기간인 1년보다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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