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회사 CEO와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재명 정부가 출범 3개월 만에 '무자본 특수법인' 민간회사인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으로 전환한다. 지난 2009년 민간회사로 전환된 후 16년 만에 공공기관 재지정이다.


금감원은 2007년 기타 공공기관에 지정됐지만 감독업무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차원에서 2년 뒤인 2009년 해제된 바 있다. 정부의 경영평가를 받게 된 금감원은 금융소비자원(금소원)도 분리한다. 금감원이 강하게 반대한 금소원이 분리되면서 금감원 조직 불안과 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고위당정협의에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개편 방안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되고 금융위원회는 정책 기능을 재경부로 이관한다. 정책 기능을 뗀 금융위는 감독 기능에 초점을 둔 금융감독위원회로 거듭나며 금융감독원과 현재 금감원의 소비자보호처를 분리·격상한 금융소비자원이 설치된다.

신설되는 금소원에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검사·제재권이 부여될 전망이다. 금융위원장은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기 때문에, 정부조직법 부칙을 통해 신설 금감위의 위원장으로 그대로 임명하는 방식이 추진된다.


금감위는 1998년 재정경제원에서 국내 금융감독정책이 분리돼 탄생했다. 김대중정권은 금감위가 국내 금융감독 기능을 통합적으로 수행토록 하고, 금융산업정책은 재정경제부에 맡겼다.

또 은행감독원과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을 통합해 통합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을 신설하고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직을 겸임하도록 했다. 하지만 재경부(경제·금융정책)-금감위(금융감독정책)-금감원(금융감독집행) 등 3단계 중층적 구조는 업무의 분산·중첩, 금융사들의 부담 가중을 야기하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감위-금감원-금소원 별도 기관… 이찬진, 내부 불안 수습 과제

정부는 금감원장과 금감위원장을 겸직하지 않기로 했다. 이창규 행안부 조직국장은 전날 고위당정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금감위와 금감원, 금소원은 별도의 기관이며, 금감위가 금감원과 금소원에 대한 각종 지도 감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 금감원장과 금융위원장을 겸임했던 때 불거진 몇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겸임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이재명 정부 첫 금감원장이 된 이찬진 원장은 공공기관 지정과 함께 내부 불안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금감원 직원들은 지난 7월 국정기획위원회에 금소원 분리 반대 호소문을 전달한 바 있다. 성명에 참여한 인원은 1539명으로 국·실장급을 제외한 약 1800여명의 전체 직원 중 83%에 해당한다.

정유석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장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다른 부서와 협업을 해야 한다. 소비자보호는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 내에 있는 금소처를 금소원으로 분리해 독립시킨다면 이런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고 직원들도 해당 업무에 고립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조직개편 이후 업무부담 가중을 향한 우려도 적지 않다. 금감원은 2022년 대비 지난해 시간 외 근무가 35%나 급증하는 등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년간 137명이 퇴사하는 등 이탈현상도 심화했다. 금소원이 결국 '콜센터'로 전락할 것이라는 냉소적 시각도 있다. 금소원에 검사권을 부여한다는 방침 역시 금감원과의 권한 중복으로 기관 간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감독체계 개편에 직원들의 불안이 큰 상황"이라며 "구성원 간 업무 중복, 감독·정책기구 증가에 따른 규제 비용 증가 등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원장이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우려를 전달하길 바라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