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문화/과학 123호 AI 세계질서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계간 '문화/과학'이 2025년 가을호(123호)에서 'AI 세계질서'를 특집으로 내놨다. 이번 호는 '자국 인공지능'(소버린 AI)과 AI 전환 담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국가·기업 복합체로서 AI가 자본 축적과 권력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분석한다.


집필진은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세계체제의 거대한 기계로 규정한다. 김현준은 "소버린 AI는 국가 주권 확보의 기치 아래 실제로는 테크기업의 자본 축적과 국가주의를 은폐하는 도구로 쓰인다"고 비판한다. 신현우는 "AI가 자본주의를 '기술 봉건주의적 체제'로 전환시키고 있으며, 데이터·반도체·에너지라는 토대에서 'AI 열전'이라는 새로운 세계 경쟁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김종진은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불평등한 영향을 구체적 조사로 드러낸다. 그는 "정규직은 업무 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자는 일감과 소득이 줄어든다"며 노동 통제를 강화하는 AI를 사회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상민은 "AI 자체가 우리의 인식 방식을 바꾸는 이데올로기적 장치"라며, 빅테크가 구축하는 'AI 제국의 식민주의 질서'에 맞선 새로운 문화 질서를 요구한다. 장여경은 규제 완화 중심의 AI 거버넌스를 비판하고 "인권 기반의 AI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호 기획 시리즈는 '한국 극우의 계보'를 다룬다. 후지이 다케시는 "한국 극우는 배제의 논리에 기반한 인종주의로 성장했다"며 강간 문화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보명은 보수 개신교 반동성애 운동을 극우 정치학의 축으로 지적한다. 조정환은 윤석열 탄핵 정국 전후로 나타난 극우의 정동정치와 직접민주주의 전유를 진단한다.


'동시대 분석'은 한국 사회가 세습 계급 사회로 굳어지는 현실을 지적하며, 인문사회계열 비정규교수의 열악한 처우와 연구 환경 악화를 비판한다. '텍스트의 재발견'은 광장에 나온 여성들의 연대와 분열, 신현우의 '알고리즘 자본주의', 김병권의 'AI와 기후의 미래'를 비판적으로 읽는다. '이론의 재구성'은 인간중심주의와 신유물론 사이에서 비판적 문화연구의 길을 모색한다. '이미지 큐레이팅'은 생성형 AI를 매개로 기술·예술·권력의 긴장을 탐구하는 작업을 소개한다.

한편 '문화/과학'은 1992년 창간 이후 비판적 문화연구를 선도해왔다. 이번 123호는 'AI 세계질서'를 통해 기술·자본·국가 권력이 결합한 구조를 해부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새로운 원칙을 모색한다.


△ 문화/과학 123호 AI 세계질서/ 문화과학사 펴냄/ 319쪽/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