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민낯
김병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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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자 하루 만에 법안을 뒤바꾸는 등 정치권의 조급함이 도를 넘었다. 지난 7월 발의된 상법 개정안에서는 '취득 후 3년 이하 범위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으로 명시했는데 "3년이나 미루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개인투자자들의 항의에 '즉시 소각' 법안으로 재발의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법안의 급진성보다 정책의 일관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냉철한 검토 없이 여론에 휘둘려 수정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졸속 입법에 대한 우려는 재계 간담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주당 코스피5000 특위와 경제8단체 간담회에서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상법뿐만 아니라 노란봉투법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법이 개정되다 보니까 기업들이 걱정이 많다"며 "1차 상법 개정될 때 이사 충실의무에 대한 걱정을 경제계가 많이 하니까 배임죄를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는데 현장에서는 해석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태에서 또 2차 개정이 이루어지고 하다 보니까 기업들의 불안이 더 커지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는 순차적 검증 없이 정치적 효과만을 노린 졸속 입법의 전형이다. 오기형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야구에 비유해 말하자면 이제 2회를 마치고 3회에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경제 입법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마치 야구 경기처럼 정치적 성과를 쌓아가겠다는 인식 자체가 문제다.
현재 상장사 가운데 자사주 보유 비중이 40%를 넘는 기업은 7곳이며, 자사주 보유 비중이 20~40%인 기업은 코스피에 33곳, 코스닥에 19곳이 있다. 롯데지주는 올해 초 기준으로 32.5%의 자사주를 보유했고, SK그룹도 지주사인 SK의 자사주 비중이 24.8%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들 기업이 1년 내에 수십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할 혼란은 고스란히 주주들의 피해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여론에 떠밀려 정책 방향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는 점이다. 법안 발의 후 의원실에는 개인투자자들의 전화가 이어졌고 결국 소각 기간을 '시행령'이 아닌 '법안'에 명확히 하고 즉시 소각까지 의무화한 법안을 재발의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항의 전화를 건 개인투자자들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복잡한 파급효과를 모두 이해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자사주 소각이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등식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자사주 10조원 매입 및 소각을 발표했지만 주가 변동이 미미했던 사례도 있다.
해외 사례를 봐도 미국 기업들은 충분한 유동성과 안정적인 자본시장을 바탕으로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 하에서 경영권 방어라는 현실적 필요에 직면해 있다. 이런 구조적 차이를 무시하고 단순히 '글로벌 스탠다드'를 들이대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자사주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본래는 없던 '자사주 의결권'이 인적분할 시에는 생기는 일명 '자사주 마법'이라던가 주주가치제고 목적으로 취득해놓은 자사주를 최대주주에 우호적인 백기사를 확보하는 용도로 처분하는 행위는 분명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해결책은 무조건적인 소각 의무화가 아니라 자사주 보유 목적의 투명성 제고와 처분 과정의 공정성 확보여야 한다.
현재 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관련해 경제계 의견 등을 수렴한 뒤 여러 관련 법안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을 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즉흥적인 요구에 휘둘려 졸속으로 만든 법안이 결국 시장 전체의 혼란을 가져온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모든 투자자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정치적 성과보다는 제도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우선시하는 것이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의 길이다.
이런 졸속 입법에 대한 우려는 재계 간담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주당 코스피5000 특위와 경제8단체 간담회에서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상법뿐만 아니라 노란봉투법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법이 개정되다 보니까 기업들이 걱정이 많다"며 "1차 상법 개정될 때 이사 충실의무에 대한 걱정을 경제계가 많이 하니까 배임죄를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는데 현장에서는 해석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태에서 또 2차 개정이 이루어지고 하다 보니까 기업들의 불안이 더 커지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는 순차적 검증 없이 정치적 효과만을 노린 졸속 입법의 전형이다. 오기형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야구에 비유해 말하자면 이제 2회를 마치고 3회에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경제 입법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마치 야구 경기처럼 정치적 성과를 쌓아가겠다는 인식 자체가 문제다.
현재 상장사 가운데 자사주 보유 비중이 40%를 넘는 기업은 7곳이며, 자사주 보유 비중이 20~40%인 기업은 코스피에 33곳, 코스닥에 19곳이 있다. 롯데지주는 올해 초 기준으로 32.5%의 자사주를 보유했고, SK그룹도 지주사인 SK의 자사주 비중이 24.8%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들 기업이 1년 내에 수십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할 혼란은 고스란히 주주들의 피해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여론에 떠밀려 정책 방향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는 점이다. 법안 발의 후 의원실에는 개인투자자들의 전화가 이어졌고 결국 소각 기간을 '시행령'이 아닌 '법안'에 명확히 하고 즉시 소각까지 의무화한 법안을 재발의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항의 전화를 건 개인투자자들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복잡한 파급효과를 모두 이해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자사주 소각이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등식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자사주 10조원 매입 및 소각을 발표했지만 주가 변동이 미미했던 사례도 있다.
해외 사례를 봐도 미국 기업들은 충분한 유동성과 안정적인 자본시장을 바탕으로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 하에서 경영권 방어라는 현실적 필요에 직면해 있다. 이런 구조적 차이를 무시하고 단순히 '글로벌 스탠다드'를 들이대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자사주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본래는 없던 '자사주 의결권'이 인적분할 시에는 생기는 일명 '자사주 마법'이라던가 주주가치제고 목적으로 취득해놓은 자사주를 최대주주에 우호적인 백기사를 확보하는 용도로 처분하는 행위는 분명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해결책은 무조건적인 소각 의무화가 아니라 자사주 보유 목적의 투명성 제고와 처분 과정의 공정성 확보여야 한다.
현재 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관련해 경제계 의견 등을 수렴한 뒤 여러 관련 법안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을 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즉흥적인 요구에 휘둘려 졸속으로 만든 법안이 결국 시장 전체의 혼란을 가져온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모든 투자자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정치적 성과보다는 제도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우선시하는 것이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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