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의 조직개편에 반발한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이틀째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는 가운데 직원들이 반대 시위를 이어가면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총파업을 검토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직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서 공공기관 지정과 금소원 분리를 담은 정부의 조직개편안 규탄 집회를 열었다.


금감원 직원과 노동조합원 650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어두운 색 옷과 마스크를 쓰고 집회에 참석했다. 2층에는 근조기도 설치됐다.

최근 정부는 금감원내 금소원을 독립시켜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과 금소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금감원 직원 사이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윤태완 금감원 노조 부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은 "금감원 역사상 가장 많은 직원이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제재심의위원회와 분쟁조정위원회까지 금감위에 이관한다는 기사를 보고 분개했다"고 비판했다.

윤 부위원장은 파업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오늘 중 비대위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체계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라며 "파업 투표 등를 검토 중인데, 대의원 회의를 열면 노조 내규상 회의 구성 및 안건 부의 등에 1주일가량 걸리는 만큼 파업 진행 등과 관련해 다음주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될 경우 재경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통제가 강화되고 인력·예산 확보도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연수 등 비급여성 복지 축소에 더해 처우 개선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감원 전체 임직원의 절반 수준인 약 47%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보험계리사, 박사 등 전문 인력이다. 현재 금융소비자보호처는 부원장보 2명에 약 500명 인원이 근무하는데, 별도 법인으로 분리되는 만큼 1000명으로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법인이 분리되면 현재 인원보다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데다 검사권까지 주어진다고 하니 일부 검사 인력과 제재 인력 등도 금소원 소속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원장이 지난 8일 내부 공지를 통해 "금감원-금소원의 기능과 역할 등 세부적인 사항을 꼼꼼하게 챙기는 한편 인사 교류, 직원 처우 개선 등을 통해 여러분들의 걱정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직원들 달래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이날 이 원장은 집회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7시40분 출근해 집회 참가자들과 마주치지 않았다.

한편 금감원 노조는 오는 12일까지 매일 오전 로비에서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이후에는 장소를 옮겨 집회를 열 계획이다. 노조는 여야 당사와 국회 정무위원회 방문을 통한 의견 개진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