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이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의 역량을 앞세워 한미 공급망 협력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동행해 전략 광물 대미 수출을 강화한 것은 물론 현지 자회사 '페달포인트'를 통해 미국 자원순환 허브로서의 입지도 넓혀가고 있다. 글로벌 원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 속 미국 내 고려아연의 위상은 더욱 높아 전망이다.

한미 전략 광물 요충지 역할 '톡톡'…대미 수출 본격화로 기업 가치↑

최근 고려아연은 한미 공급망 협력의 중심축으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이달 초 국내 화학 제조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다음 달부터 전략 광물인 안티모니 50톤을 미국에 수출할 방침이다. 울산 온산제련소 제련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 중 안티모니를 회수해 국내 화학 제조사에 공급하면, 해당 기업이 삼산화 안티모니로 재가공해 미국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지난 6월 미국에 안티모니 20톤을 직접 수출한 데 이어 국내 화학 제조사를 통해 물량을 내보내면서 수출 다각화를 이뤄냈다.


안티모니는 여러 군수·방위산업 분야에서 필수적인 소재로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그러나 중국이 안티모니 시장을 독점하는 동시에 지난해 12월 미국 수출을 통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해졌다. 국내 유일 안티모니 생산 기업인 고려아연의 대미 수출 행보가 높게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려아연은 올해 직접 수출량 기준으로 100톤, 내년에는 240톤 이상의 안티모니를 수출할 예정이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지난달 25일(현지시간)에는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여해 글로벌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고려아연이 게르마늄을 공급하고, 록히드마틴이 이를 구매하는 오프테이크(생산물 우선 확보권) 계약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이와 함께 울산 온산제련소 게르마늄 공정 건립도 추진한다. 약 1400억원을 투자해 내년 착공 및 2027년 가동을 목표한다.

게르마늄 역시 방산과 우주 산업에 활용되는 중요 금속인데, 중국이 안티모니와 같은 시기에 대미 수출을 금지하면서 미국의 고민이 깊었었다. 앞으로 한국산 게르마늄이 미국에 공급되면 첨단산업 수요 등과 맞물려 고려아연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질 거란 관측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이 끝난 뒤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고려아연의 장기적인 대미 투자 방향은 미국 내 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해, 한미 양국의 경제안보 협력 강화 성공모델로 기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페달포인트, 도시광산서 고부가 금속 회수…TMC 투자로 공급망 공고화

미국 현지에 위치한 페달포인트 에브테라 전자폐기물 처리 허브. /사진=고려아연


미국 내 자회사 페달포인트를 중심으로 자원순환 밸류체인도 구축하고 있다. 페달포인트는 미국에서 발생한 이차원료(전자폐기물, 태양광 폐패널) 수거·전처리 사업을 전개한다. 수거된 전자폐기물과 태양광 폐패널은 물리적 전처리를 거친 뒤 온산제련소에서 동·은 등의 최종제품으로 생산된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5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설립 이후 상반기 기준 첫 흑자를 달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태양광 폐패널을 활용한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 폐패널을 파쇄해 은이 농축된 폐셀을 추출하는 방식인데 패널 가치 절반이 은에 해당해 이차원료 확보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하다. 여기에 높은 은 매장량에도 재활용 경제성을 갖춘 업체가 부재해 업계 내 경쟁 우위에서 앞섰단 평가다. 고려아연은 대규모 처리 시스템으로 경제성을 확보했으며, 태양광 폐패널 기반 은 회수 사업을 적극 확장할 계획이다.


탄탄한 자회사를 둔 만큼 성장 속도도 빠를 전망이다. 캐터맨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비철 스크랩을 트레이딩하는 기업이다. 이차원료 조달 외에도 제품 수출이 가능해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그니오는 미국과 유럽에서 선별한 PCB를 소성한 뒤 귀금속 형태로 농축해 공급한다. 프랑스에 소성 공장을 운영 중이며, 고려아연의 전처리 기능을 일부 담당해 설비 효율을 높인다.

미국 심해저 채광기업인 더메탈스컴퍼니(TMC)에도 투자했다. 중장기적인 핵심 원료 확보와 전략 광물 공급망 강화, 미국 시장 확대 등을 위한 전략적 결정이다. 지난 6월 미국 나스닥 상장사 TMC에 약 8500만달러(1165억원)를 투자해 지분 5%가량을 확보했다. TMC는 심해에서 니켈, 코발트, 동(구리), 망간 등을 함유한 망간단괴 채집을 준비 중이다.


향후 TMC 심해 채광이 본격화하고 상업성과 채산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면, TMC에서 들여온 원료를 가공한 뒤 미국 시장 등에 판매해 판로를 넓혀갈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한국 경제 안보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국내외 자원 공급망 안정화, 한미 양국 공급망 협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 유일의 전략 광물 공급망 허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