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가 세종시에 위치한 한 애견미용학원에서 실습용으로 키우던 개 53마리를 구조했다. 사진은 곰돌이컷 형태로 미용된 실습견들. /사진 제공=동물자유연대


불법 번식장에서 지내던 개들이 미용 실습 등으로 고통받아 온 사실이 드러났다.

16일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단체는 지난 11일 세종시의 한 불법 번식장에서 미용 실습에 동원되던 개 53마리를 구조했다. 구조 당시 개들은 오물과 털로 뒤엉킨 뜬장에서 생활했다. 그중에는 턱뼈에 문제가 있어 입을 다물지 못하거나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등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있는 개체도 있었다. 또 미용 실습과 함께 번식에도 이용되면서 일부는 임신한 상태로 발견됐고, 여러 차례 제왕절개 흔적이 있는 개도 있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사육 환경과는 달리 개들의 얼굴이나 꼬리털 등이 말끔하게 미용된 이유가 미용 실습에 이용되었기 때문"이라며 "반려인들 사이에서 소위 '곰돌이컷'이라고 불리며 유행하는 스타일로 미용된 개들도 여럿이다. 반려견 미용의 이면에는 실습견들의 희생과 고통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구조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실제 미용학원에 다녔다는 이들의 경험담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번식장 개들을 실습견으로 쓴다고 해서 미용학원 그만둔 적 있다" "실습견으로 온 개들이 질병으로 눈도 못 뜨고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 "미숙한 수강생이 강아지 떨어뜨려 다치게 하는 걸 여러 번 봤다" 등 실습견들이 겪는 고통을 전했다.


단체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미용학원이 번식장과 연결되며 동물 착취 구조를 확대하고 재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미용학원 실습 과정에서 동물 피해 수준이 심각할 뿐 아니라 실습에 이용되는 동물 상당수가 번식장 동물이라는 점에서 동물의 동원 경로를 파악하고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실습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조속히 마련하고 나아가 동물 이용을 최소화할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