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에서 미 이민 당국에 구금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근로자가 당시 상황에 대해 인터뷰했다. 사진은 미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근로자들이 구금된지 8일만인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모습. /사진=뉴시스(공동취재)


미국 조지아주에서 미 이민 당국에 구금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근로자가 당시 공황 상태에 빠졌다며 그때 충격으로 귀국 이후에도 외출을 거의 못 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한국인 근로자 A씨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소재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회사인 HL-GA 배터리컴퍼니 공장 건설 현장에 들이닥쳤을 때만 해도 걱정하지 않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단기 비자로 몇 주만 체류하는 신분이었기 때문에 단속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장 요원들은 갑자기 사무실에 들이닥쳤고 A씨에게 수갑을 채우고 허리와 발목을 쇠사슬로 묶은 후 호송차에 태웠다. A씨는 "공황 상태에 빠졌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속이 메스꺼웠다"며 "왜 그런 대우를 받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LG 협력 업체 직원인 A씨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 프로그램으로 5주 동안 체류하며 특수 첨단 장비 운영법을 가르칠 예정이었다. A씨는 "회의에 참석하고 교육 발표만 했을 뿐"이라며 비자 면제 범위 내 허용되는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씨와 함께 구금된 B씨는 "잠시 휴식하러 나왔는데 총을 든 요원들이 많이 보였다"며 "우린 한국인이니 범죄자를 체포하러 온 줄 알았는데 갑자기 우릴 체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요원들이 헬기, 드론, 장갑차, 총기를 동원했다며 자신의 신분을 설명하려 했지만 공포에 질렸다고 밝혔다. 일부 요원들은 근로자들에게 빨간색 레이저가 나오는 총구도 겨눴다고 말했다. B씨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한 달가량 머물 예정이었다.


비자 소지자임을 밝힌 근로자들도 체포됐다. C씨는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우릴 족쇄로 묵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구금 시설은 열악했다고 밝혔다. 60~70명이 한방을 썼고 방은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난방이 되지 않았다. 새로 들어온 구금자들에겐 이틀 동안 이불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A씨는 "공황 발작이 왔다. 그저 떨며 서 있었다"며 "반팔을 입고 있어서 밤엔 옷 속에 팔을 넣고 수건으로 몸을 감싸 추위를 견뎠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끔찍했던 건 식수였다며 "하수구 냄새가 났다. 최대한 적게 마셨다"고 덧붙였다.

침대조차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B씨는 도착했을 당시 빈 침대가 없었고 책상 등 쉴 만한 공간을 찾아야 했다고 전했다. B씨는 "너무 추웠다. 포장된 빵을 찾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밤새 껴안고 자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금 초반엔 얼마나 억류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일부 노동자들이 변호사와 영사관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된 후 정부가 석방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2일(한국시각) 한국으로 귀국해 공항에서 가족과 웃으며 재회했다. 하지만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A씨는 "속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며 "그날 밤 어머니가 저녁을 차려주셨을 때야 비로소 실감 났고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도 외출이 어렵다며 "밖에서 구금 시설과 비슷한 냄새가 나면 몸이 떨리고 숨이 가빠져 오래 외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