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조가 오는 19일 노조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사진은 기아 오토랜드 광명. /사진=뉴스1


형님 현대자동차는 가까스로 파업 위기를 넘겼지만 동생 기아는 여전히 파업 위기다. 앞서 진행된 다섯 차례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노사 교섭이 모두 결렬된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이틀 뒤인 19일 전 노조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권 확보에 나선다.

기아 노조는 앞서 사측과 진행한 다섯 차례 교섭이 모두 결렬됐다. 기아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뒤 과반 찬성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합법적 파업권을 얻는다.


기아 노조의 요구안은 현대차 노조와 비슷하지만 강도는 다소 높다는 시각이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 30%(약 3조8000억원)를 전 종업원 성과급으로 지급 ▲통상임금 특별위로금 2000만원 ▲정년 64세까지 연장 ▲주 4일제 근무제 도입 등을 내세웠다. 성과급 규모와 주 4일제 요구 등은 현대차 노조의 요구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기아는 노조의 제시안이 무리한 요구라고 보는 반면 노조는 지난해 거둔 역대급 실적을 임단협에 반영해야 한다고 맞선다. 기아는 지난해 연매출 107조4488억원을 찍어 사상 첫 100조원을 돌파했고 12조667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1년 만에 최대 실적도 경신했다.


기아 노조는 이 같은 실적 달성을 근거로 임단협에 임하고 있지만 기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리스크 등 비용 증가 우려가 커진 만큼 협상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기아 노사의 대립은 현대차의 상황과 대비된다. 현대차 노사도 임단협 대립을 이어가다 잠정합의안을 마련했고 노조의 찬반투표를 통해 과반이 넘는 찬성으로 협상을 매듭지었다.


일각에서는 노사가 대립하던 현대차의 임단협이 타결된 만큼 기아에도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보지만 변수는 있다.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나타난 현대차 노조의 낮은 찬성률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15일 진행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는 전체 조합원 4만2479명 가운데 3만6208명(투표율 85.24%)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과반(1만8105명)을 넘긴 52.9%(1만9166명)가 찬성했고 반대는 46.8%(1만6950명), 무효는 0.3%(92명)로 집계됐다.

현대차 노조의 찬반투표는 과반을 가까스로 넘겨 노사 협상을 타결시켰지만 반대 의견도 과반에 육박하며 잠정합의안을 향한 다수의 불만을 잠재우진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 노조도 트럼프의 관세 리스크 등 파업 실행에 대한 부담 요인이 크다"면서도 "현대차 노조가 진행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의 낮은 찬성률은 기아 노조의 파업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아 노사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19일 진행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지속된 무분규 협상 기록도 깨진다.

하임봉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장은 17일 성명서를 통해 "매년 똑같이 일관된 교섭 태도로 조합원을 기만하는 사측의 행위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