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름 KB자산운용 본부장을 만나 ETF 트렌드와 투자자 전략을 들어봤다. 사진은 노 본부장. /사진=머니S 이예빈 기자


KB자산운용의 ETF 운용 철학은 '편안한 투자'다. 노아름 KB자산운용 ETF 본부장은 지난 16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본업에 집중하면서도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책임 있는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국내 ETF 투자자들이 대부분 월급 생활자인 만큼 특성을 충분히 고려, 상품을 만든다는 게 그의 설명.


노아름 본부장은 국내 ETF 투자자 구성을 고려할 때 '코어-새틀라이트' 전략이 어울린다고 분석했다. 그는 "ETF 투자자 대부분은 직장인, 월급 생활자"라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코어 자산을 두고, 트렌드형 새틀라이트 자산으로 수익 기회를 탐색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실패가 있더라도 코어가 든든하다면 은퇴 시점까지 충분한 자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어느 때보다 큰 책임감을 갖게 된다고도 했다. 그는 "KB금융그룹의 안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책임 있는 상품을 제공하려 한다"며 "ETF 시장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의 노후는 더욱 든든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KB자산운용의 ETF(상장지수펀드)브랜드는 'RISE'(라이즈)다. 국내 ETF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RISE'로 ETF 리브랜딩을 한 KB자산운용이 연금 시장과 장기투자 생태계를 겨냥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RISE 미국배당100데일리고정커버드콜'이 대표적이다. 그는 "단기적 분배금 경쟁보다, 시장 상승분을 충분히 누리면서도 꾸준히 분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했다"며 "'다가오는 내일, 두렵지 않은 투자'라는 슬로건이 이 철학을 잘 담고 있다"고 했다.

국내 제도 보완돼야 ETF시장 성숙

노아름 본부장이 머니S와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사진=KB자산운용


국내 ETF 산업은 제도적 보호 속에서 빠르게 성장해왔다. 노 본부장은 시장 트렌드와 제도 개선 필요성, 전망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트렌드로는 최근 ETF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AI(인공지능)와 빅테크를 꼽았다. 그는 "AI와 로보틱스가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며 경제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미국 증시에서도 금융·산업 구조가 급격히 변하고 있고, ETF 트렌드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본부장은 미국 시장이 장기·연금 투자 중심으로 성숙한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여전히 트레이딩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한국 투자자들은 압축 포트폴리오와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선호하지만, 점차 연금 투자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ETF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이유로 세제 불균형은 주요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해외 ETF는 양도소득세 분리과세(22%)인데 국내 ETF는 종합과세"라며 "같은 상품이라면 같은 세제를 적용해야 역차별이 사라지고 시장이 더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짚었다.

채권형 ETF의 경우 일반 채권과 달리 과세 대상이 되면서 발전이 더뎌지는 점을 지적했다. "연금 시장 확대와 함께 채권형 ETF 수요가 커질 수 있는데, 현 제도가 발전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개인 투자자를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장기 투자자라면 저보수 대표 지수 ETF를 중심으로 접근할 것을 권했다. 그는 "S&P500 같은 기초지수는 투자 습관을 잡아주고, 이후에는 시장 흐름을 읽어 테마형 ETF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본부장은 향후 5년 내 국내 ETF 시장이 현재의 두 배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퇴직연금 시장의 위험자산 비중이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는데 미국이 연금 부국이 된 것처럼 한국도 같은 길을 갈 것이란 주장이다. ETF가 그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연금 시장을 타겟으로 한 안정적 상품을 지속 출시하고 투자자 교육에도 힘쓸 계획이다. 노 본부장은 "투자자가 일시적인 손실에도 불안해하지 않도록 학습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우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