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에서 바퀴벌레가 나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은 남성에게 군의회 의장이 직접 전화해 합의를 회유한 사건이 벌어졌다. 사진은 짬뽕에서 바퀴벌레가 나온 모습과(왼쪽) 황선호 양평군의회 의장 모습.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음식에 바퀴벌레가 나와 식당을 국민신문고에 신고했다가 양평군의회 의장에게 합의 회유 연락을 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8일 JTBC '사건 반장'에서는 경기도 양평군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최근 A씨는 직원들과 중식당에서 짬뽕 등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그런데 음식을 다 먹었을 무렵 짬뽕 그릇에서 바퀴벌레가 발견됐다. A씨는 곧바로 식당에 전화해 항의했으나 식당 측은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럴 수도 있지 않냐. 미안하다"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다음날 식장 사장이 재차 연락을 해왔는데, 사장은 "채소에서 바퀴벌레가 종종 나온다. 한번 와라. 직원들 다 같이 오면 내가 대접하겠다"며 음식값을 전액 환불해줬다.

하지만 A씨는 식당 측의 안일한 대처에 경각심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난번 머리카락이 나왔을 때도 우린 환불을 안 받았다. 하지만 바퀴벌레는 넘어갈 수 없다"며 사장에게 인당 20만원씩 총 100만원의 보상금을 제안했다. 이에 식당 측은 "100만원은 힘들다. 신고하고 싶으시면 하라"고 거절했다. 결국 A씨는 국민신문고에 신고했다.


사건이 커지자 지난 14일 식당 측은 "50만원에 합의하자"며 연락해왔다. A씨는 이를 받아들이고 며칠 뒤 만나서 합의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A씨는 식당 측과 만남을 앞둔 주말 저녁,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발신인은 황선호 양평군의회 의장이었다.

황 의장은 "민원이 들어온 게 있어서 전화했다. (식당) 어머님이 '너무 억울하다' 이렇게 말씀해주시는 게 있어서 (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가 "담당 부서가 있지 않냐.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는데 의원이 직접 전화하는 게 맞냐. 직권 남용 아니냐"고 따지자 황 의장은 "그럼 전화 드리면 안 되는 거냐. 왜 직권 남용을 이야기하냐. 저는 군 의원이고 군민의 대표로서 전화 한 거다. 군민들이 저를 뽑아줬으니 저는 대의 기관"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통화 내내 의장이 협박하듯 위압적으로 말했다. 나도 양평에서 사업체를 운영 중인 군민인데 군의원에게 이런 연락을 받으니 불이익을 받을까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황 의장은 전화를 끊자마자 문자로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사과드리세요"라고 요구했다.

A씨가 "음식에서 바퀴벌레가 나와 민원을 넣은 제가 왜 사과해야 하냐. 이런 문자를 받으니 손 떨리게 무섭다. 이런 일로 군의장의 외압이 있으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항의하자 황 의장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해당 식당 단골손님이었으며 사장이 하소연해서 연락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사건이 커지자 황 의장은 "친한 지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소상공인이 어려운 와중에 진위 파악을 위해 연락했다. 환불까지 받은 것으로 들었다. 제가 개입한 게 잘못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식당은 관할 보건소에서 위생점검을 한 결과 과태료 처분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주장대로 식당 위생상 문제가 있던 게 확인된 셈이다.

A씨는 "식당으로부터 합의금을 받을 생각은 없다. 식당이 깨끗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라면서도 "황 의장은 사적 친분으로 합의에 개입했으니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