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재개는 '안갯속'… 티몬, 오아시스 발목 잡나
카드사 참여 없이는 서비스 재개 어려워
이커머스 3강 재편 속 입지 약화… 적자 불가피
전문가 "차별화 전략으로 성장 기반 마련해야"
고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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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가 인수한 티몬이 쉽사리 영업 재개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 민원에 부담을 느낀 카드사들이 계약을 꺼리면서 온라인 결제 시스템 구축에 차질이 생겨서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쿠팡과 네이버, 지마켓·알리의 3강 구도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티몬으로 인해 오아시스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지난 10일 예정이었던 티몬의 영업 재개는 무기한 연기됐다. 구체적인 재개 시점은 여전히 미정으로 일부 직원들이 퇴사 의사를 밝혀 희망퇴직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116억원을 들여 조건부 계약을 체결하고 6월 법원의 강제 인가를 통해 티몬을 인수한 오아시스는 서비스 재개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7월 안정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 방식으로 5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진행했고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3~5%)을 내세워 1만여개의 입점업체와 120만개의 상품을 확보했다. 결제대행(PG)사와의 계약도 완료했다.
가장 큰 난관은 카드사다. 지난해 미정산 사태 당시 피해를 입었던 소비자들의 민원이 빗발쳤던 만큼 카드사들은 협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요 카드사 8곳이 모두 참여해야 소비자들의 불편 없이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개 시점을 확정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대두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미정산 사태로 인한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판단된 것 같다"며 "아직은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도 "지난해 있었던 일을 감안하면 업계 분위기가 적극적일 수는 없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티몬이 오아시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영업을 재개하더라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오픈이 미뤄지면 고정비 부담이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상반기 오아시스의 매출은 28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7억원으로 36% 감소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쿠팡과 네이버, 지마켓·알리의 3강 구도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티몬이 영향력을 키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몸집을 키우기 위한 출혈 경쟁은 적자 폭을 키워 오아시스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티몬은 과거 연간 매출 3000억~4000억원을 올리면서도 700억~1000억원대 적자를 반복했다.
영업 재개가 늦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이미 티몬 인수와 시스템 개편 등에 수백억원을 투입한 상황에서 재개 시점이 늦춰지면 투자금 회수는커녕 고정비만 불어나게 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오아시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378억원, 단기금융상품은 50억원이다. 유동부채 578억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지연이 장기화되면 상황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아시스 측은 "티몬을 인수할 때부터 서비스를 재개하자마자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빨리 오픈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과가 날지 적자가 날지도 오픈을 해봐야 알 수 있지 않겠냐"며 "지금은 평가받을 기회도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티몬이 이커머스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 네이버, 지마켓·알리가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티몬이 이커머스 시장 내 입지를 넓히기는 쉽지 않다"며 "가격을 낮춰 저가로 경쟁하기엔 한계가 있으니 이들과 차별화되는 특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커머스 업계는 소비자들의 이동이 빠르다는 게 특징이어서 작은 카테고리라도 확실히 장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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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