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인가를 두고 증권업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사진=머니S


금융당국의 증권사 발행어음 인가 논의가 지지부진하단 지적이 나오며 업계 불안이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5개 증권사의 심사를 지속할 것인지를 두고 지난 3일 금융위원회 회의에서 위원들의 논의가 진행됐다. 논의를 통해 금융감독원은 인가를 신청한 5개 증권사 중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에 대한 심사를 우선 진행하기로 했다.

키움과 하나 등 증권사 두 곳은 외부평가위원회 평가 후 이달 말 각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가를 신청한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은 아직 일정을 통보받지 못했다.


두 증권사에 대해서는 일정대로 인가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업계는 아직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해당 증권사 발행어음 인가 신청이 2023년 말~2024년 초에 진행됐기 때문.

당시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은 차례대로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올해 대선 정국과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인선 지연 등으로 금융당국의 중요 안건들이 뒷순위로 밀리며 심사 개시가 늦어졌다.


이후 금융위원회 안건소위원회는 지난 8월28일 심사 중단 여부를 재논의하고 5사 모두 심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업계에서 올해 4분기 최종인가 여부에 대한 판가름이 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조직개편이 진행되며 또다시 불안함이 커지고 있다.

신규 인가 심사 과정은 금융위의 정책 판단과 금감원의 심사와 검증이 맞물려 돌아가는데 조직 개편 과정에서 권한 조정이 이뤄지면 절차가 지연되거나 결론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발행어음 인가 등 주요 안건의 결정이 지연될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뉴시스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들은 수년간 조직 정비와 인력 확충, 내부통제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업계에서는 이미 투자한 비용과 노력이 상당한데 인가가 불투명해지면 시장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정부 정책 기조와 괴리도 우려된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는 '모험자본 확대와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국정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7월 발표한 '민간투자 주도형 중소기업 정책금융 혁신방안'은 단기 대출 중심에서 벗어나 성장 잠재력이 큰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보증 확대를 천명한 바 있다.

금감원 역시 같은 맥락에서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종합투자회사(종투사)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의 진짜 성장을 위해 종투사가 모험자본 공급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와 당국 모두 모험자본 활성화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인가 불허는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여력이 있는 대형 증권사가 중장기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해 벤처·혁신기업에 공급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모험자본 공급 확대의 실질적 조달 수단은 발행어음"이라며 "시장 요구와 정부 정책도 모험자본 확대에 맞춰져 있는 만큼 인가가 늦춰지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요건을 충족한 증권사에 한해 조속히 인가 결론을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발행어음을 신청한 5개 사는 사업 인가 시 최대 60조원 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모험자본 도입으로 A등급 이하 회사채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형 IB(투자은행)로서 국내 종투사가 발전하려면 기업금융 서비스 확대, 모험자본 공급, 글로벌화 등 측면에서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업금융 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위험관리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