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범죄 급증에 국회 '특별사법경찰' 도입 필요성 제기
정부 조사권 강화, 국회 법 개정 추진
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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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해킹 사태 속에 선제적 수사 권한을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 도입 필요성이 국회에서 본격 논의됐다. 사이버 침해사고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기존 법제만으로는 근본적인 범죄 추적과 예방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25일 국회에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주관, 조인철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서구갑)과 최형두 의원(국민의힘·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 공동 주최로 '사이버 침해사고 대응 강화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이버 침해사고 대응의 현주소와 사이버범죄 특사경 도입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첫 주제발표에 나선 박용규 KISA 단장은 사이버 침해사고의 특징으로 ▲소프트웨어 취약점 ▲계정 정보 유출 ▲데이터 관리 허술을 꼽았다. 박 단장은 "계정 정보를 활용한 '내부 접속 공격'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다크웹 등에서 거래되는 탈취 계정을 활용한 내부 접속 공격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KISA 집계에 따르면 정보 침해 신고 건수는 2021년 640건에서 2022년 1142건, 2023년 1277건, 2024년 1877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건수는 5970건에 달했다.
박 단장은 "현행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 보호법·전기통신사업법은 피해 신고 접수와 차단 조치 등 단순 대응 업무에 국한돼 범죄 추적과 예방에 한계가 있다"며 "신고 이전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특별사법 권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준호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는 "통신사 유심 정보 유출 사례 등 보안 사고가 이미 국가적 위협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직무 범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사이버 분야에도 특사경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률상 특사경은 '정보통신망법상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 범죄'로만 한정돼 있어 사이버 침해사고 전반을 다루기에 한계가 있다.
홍 교수는 "AI와 생성형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기술이 기존 해킹 기법을 빠르게 진화시키고 있다"며 최근 통신사 유심 정보 유출 등 민·관을 가리지 않는 보안 사고가 대형화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KISA 역시 모니터링, 침해 대응, ISMS-P 인증을 통해 위협 예측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나 통신사업자 대상 공격에서 악성코드의 장기 잠복이나 보고 공백 같은 문제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에는 특사경 제도가 이미 존재해 전문 분야 수사가 가능하지만 정작 사이버 범죄 전담 특사경은 부재하다"며 "정보통신망과 IT 침해사고까지 직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배근 인천대 법학부 교수는 "특사경 제도는 여러 분야에서 문제가 나타났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그는 "전문성을 쌓아도 순환보직으로 담당자가 바뀌는 문제가 반복돼 연속성이 떨어진다"며 연속성과 인력 운용 문제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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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시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최광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이버침해대응 과장은 사이버 보안 대응 사이클이 ▲예방 ▲위협탐지 ▲대응 및 복구의 3단계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사고 발생 전 정황이 있어도 신고가 없으면 조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침해사고 이전에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신고율 저조 문제에 대해 그는 "사후 조사 과정에서 위반 사항이 나오면 책임을 묻되 기업의 자발적 신고 의지를 꺾어서는 안된다"며 "투명하게 공개한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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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도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제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토론회를 주최한 최형두 의원은 "민관을 망라해 전례 없는 해킹 사건이 이어지며 국민 정보가 유출되고 사회적 충격이 큰 상황"이라며 "수사체계 고도화·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 범위 확대·민간 보안투자 인센티브 부여 등 현장에서 요구하는 과제를 하나하나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전 부처 차원에서 통신 보안, 사이버 침해사고 등 모든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려 한다"며 "관련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조인철 의원도 "특사경 도입은 장기적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오늘 제기된 사안 중 처리할 수 있는 과제들은 이번 정기국회 내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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