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국내 디지털 시장의 제도화와 혁신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은 토론회 참석자들(아래줄)과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윗줄 왼쪽), 김재섭 의원(윗줄 가운데), 송언석 원내대표. /사진=곽우진 기자


디지털 자산에 대한 입법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회에서 국내 디지털 시장의 제도화와 혁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신뢰·네트워크 효과'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26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관으로 '디지털자산시장 제도화를 넘어 세계화로' 토론회가 열렸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함께해 국내 디지털 자산의 제도화 쟁점과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김재섭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디지털 자산 시장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법 제도나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이용자와 신사업 개척자 모두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젊은 세대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집을 살 수 없다는 박탈감이 큰 상황에서 최근 코스피 붐과 함께 디지털 자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법안을 최대한 빠르게 통과시키자는 여야의 뜻이 모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안전장치에 대한 부분도 언급했다. 그는 "소비자 보호와 기업 혁신 지원이 핵심"이라며 "기업이 혁신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동시에 자본금을 높게 설정해 난립을 방지하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도 행사에 참석해 힘을 보탰다. 송 원내대표는 축사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이 세계 금융 질서를 흔들며 패권 경쟁의 변수가 될 수 있다"며 "금융의 선진화와 세계화를 위해 국민의힘이 입법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제도 동향 및 쟁점'을 주제로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제했다. 사진은 김 연구위원. /사진=곽우진 기자


발제는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이 맡았다.


김갑래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의 제도 동향 및 쟁점'을 주제로 "미국은 블록체인망을 통해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며 "한국에서도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 확산을 막기 위해 일본처럼 규제 체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1 준비자산 유지, 준비자산 검증·공시, 언제든 상환 가능성을 확보해야 소비자 보호가 가능하다"며 "스테이블코인은 법화보다 중개 비용이 낮고 연중무휴 거래가 가능해 효용이 높으며, 담보 자산 활용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은 금융기관 성격을 가지므로 기관별 규제보다는 자금 이전과 결제 기능에 맞춘 기능별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단계 입법과 디지털자산 시장 제도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사진은 호아 연구위원. /사진=곽우진 기자


황세운 연구위원은 '2단계 입법과 디지털자산 시장 제도화 방안'을 주제로 논의를 이어갔다. 황 연구위원은 "논의의 핵심은 2단계 입법, 자본시장법상 토큰증권 체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라며 "디지털자산 서비스 제공업자는 사실상 금융회사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용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위한 진입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는 자유롭게 접근하는데 법인 계좌는 제한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며 "해외처럼 단계적으로 법인 계좌를 허용하고 궁극적으로 금융회사의 디지털 자산 보유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식·채권 시장처럼 외국인의 국내 진입을 일정 부분 허용해야 한다"며 "가상자산이 대체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외국인 개방 수준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합토론에서 디지털자산 제도화를 위한 논의가 오고갔다. 사진은 김재진 DAXA 상임부회장(맨 왼쪽),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왼쪽에서 두번째),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왼쪽에서 세번째),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 /사진=곽우진 기자


발제 후 진행된 종합토론은 김재진 DAXA 상임부회장이 사회를 맡고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윤 변호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에서 쓰이려면 원화 수요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기축통화가 아니라는 제약이 있다"며 "관광·K컬처 등 일부 수요가 있지만 규모 면에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록체인 기반 금융상품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지급 수단으로서 효용은 여전히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김영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결제 수단 이상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화폐 가치가 신뢰에서 나오듯 스테이블코인도 신뢰와 네트워크 효과가 핵심"이라며 "외환시장 전면 개방 같은 변화는 큰 신호인 만큼 소모적 논쟁보다 제도화와 신뢰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