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2024년 12월11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스웨덴어판 출판사 ‘나투르 오크 쿨투르’에서 열린 한국 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2024년 10월11일 한국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 문학은 처음으로 이 권위 있는 상의 주인공을 배출했고 동시에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도 전례 없는 기록을 남겼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독창성과 깊이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환점이 됐다.

언어로 생명의 온도를 전한 한강

사진은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최근 10년 간 가장 많이 판매된 책으로 집계된 가운데 지난 4월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에 '소년이 온다' 책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990년대 중반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한 한강 작가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작품을 통해 역사와 개인을 교차하는 문제의식을 꾸준히 다뤄왔다. '채식주의자'는 영어 번역본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공동 수상해 국제적 지명도를 넓혔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집단의 비극을 개인의 기억으로 촘촘히 재구성한 작품이다.

한강의 문체는 흔히 '시적 산문'으로 불린다. 언어를 절제해 이미지를 응축하고, 여백을 통해 독자가 의미를 채우게 만든다. 한강의 작품은 '인간의 마음과 고통, 치유를 섬세하게 그려낸 글'로 평가된다.

문학이 남긴 빛

사진은 한강 작가가 2024년 12월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 만찬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강은 노벨문학상 만찬 연설에서 어린 시절 소나기를 맞던 기억을 꺼냈다. 거세게 내린 비를 보며 친구들도 같은 습기를 느끼고 있다는, 수많은 1인칭 시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이야기했다.


한강은 "되돌아보니 경이로운 순간이 몇번이고 되살아났다.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이의 깊은 마음속으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 만나는 것.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 보내는 것. 그 '실'을 믿고, 다른 자아에 보내는 것"이라며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지 묻고, 지구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고,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지니고 있다.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라며 문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의 수상 소감은 단순한 감사 인사를 넘어 문학의 역할과 한국 역사 속 상처들에 대한 그녀의 성찰이 담겨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개인의 영예이면서도 한국 문학의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한국어 문학의 언어적 섬세함과 역사 인식이 세계 독자와 만나는 분기점이 됐다. 한강의 문장에 이어 한국 문학이 전 세계 독자의 마음에 닿을지, 그 흐름을 지켜보는 건 이제 우리 모두의 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