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조성봉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당을 중심으로 기업인 증인 신청을 최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주요 기업 총수들이 최종 명단에서 제외될 지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3일부터 시작되는 국감 증인 채택 원칙과 관련해 ▲재계 증인 최소화 ▲중복 출석 지양 ▲집중 질의 등의 원칙을 내세우겠다고 10일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여러 상임위원회에서 동일하게 채택된 분이 있는데 (같은 증인을) 채택하더라도 제일 관련 있는 상임위에서 집중질의하는 것"이라며 "하루 종일 증인을 앉혀 놓고 질문 한두 개 하는 게 아니고 질문 시간을 정해서 무한정 대기하는 관례는 없애려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특정 개인을 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APEC이랑 겹치는데도 불러야 할 이유가 있다면 불러야 한다"면서도 "실무자가 대체할 수 있으면 실무자를 부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올해 국감에서 200명에 달하는 기업인들이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 마구잡이식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국정의 전반을 점검해야할 국감이 기업인 감사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와 국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은 190명을 넘어섰다. 아직 모든 상임위의 증인·참고인 채택이 마무리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200명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지난해(159명)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정무위원회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행정안전위원회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을 각각 증인으로 국감장에 세운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위원회는 건설업계의 중대재해사고와 관련해 주요 건설사 대표들을 증인으로 무더기 채택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이 줄줄이 소환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잇단 해킹 사태와 관련해 통신사 대표들을 불러다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재계는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기업인들을 대상으로한 마구잡이식 증인 채택으로 인해 경영부담이 높아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특히 이달 말 국가적 행사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해당 행사 준비에 매진해야 할 주요기업 총수까지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최태원 회장이 증인으로 국회에 불려가는 오는 28일은 APEC CEO 서밋이 개최되는 날이다. 최 회장은 해당 행사 의장을 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가 APEC 행사를 언급하면서 재계 증인 채택을 초소화하자는 메시지를 냄에 따라 막판 조율 과정에서 최 회장을 비롯한 주요 기업 오너가 명단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국감이 기업감사로 변질되지 않도록 국회는 무분별한 기업인 증인 채택을 지양하고 국정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데 집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