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서 '러브콜'… 고려아연, 비철금속으로 세계를 움직이다
김승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장 "고객이 먼저 찾는다… 세계 최고 기술력으로 비철금속 선도할 것"
울산=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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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제외하고 아연·연·인듐·안티모니·게르마늄 등 10여 종의 비철금속을 동시에 상업 생산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고려아연이 유일합니다."
지난 14일 만난 김승현 온산제련소장은 고려아연이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미·중 전략 경쟁으로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다양한 금속을 동시에 상업 규모로 뽑아낼 수 있는 기술·운영 능력이 미국의 안보형 수요와 정확히 맞물렸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전략 금속 90%가 중국에서 만들어질 정도로 금속을 재련하는 게 쉬운 기술은 아니다"라며 "국내에서 전략 금속을 만들 수 있는 곳은 고려아연이 유일하고, 해외를 보더라도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자신했다.
미·중 갈등에 따른 탈중국 수요가 몰리면서 고려아연은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에 안티모니(antimony) 수출을 개시한 데 이어 8월에는 세계 1위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게르마늄은 적외선 센서·위성통신·광섬유 등 군사·항공·통신 분야의 전략 소재로, 대중(對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이 최우선으로 찾는 품목이다. 안티모니 역시 탄약·방호합금·난연 전자소재 등에 쓰이는 방산 핵심 소재다.
고려아연은 록히드마틴에 납품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온산제련소 내부에 게르마늄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내년 상반기 게르마늄 공장 착공을 목표로 잡았고 빠르면 2028년 상반기부터 미국에 공급한다. 고려아연은 이곳에서 5N(99.999%)급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메탈 환산 기준 약 10톤에 달하는 규모다.
김 소장은 "게르마늄 금속 제조는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 기업이 없지만 고려아연은 관련 기술을 개발 중으로 조만간 생산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전략 금속은 건식과 습식 제련 과정이 모두 필요한데 고려아연이 이 기술을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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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고려아연을 파트너로 택한 것 역시 기술력 때문이다. 통상 아연 제련소(습식)와 동·연 제련소(건식)의 공정은 분리돼 있으나 고려아연은 이 복합공정을 통합 운용해 한 공장 안에서 다종 금속을 병행 생산한다. 덕분에 고려아연은 아연·연 등 주력 금속과 함께 인듐·안티모니·비스무스·텔루륨·(향후)게르마늄까지 전략 품목 라인을 갖추고 있다.
미 정부·의회·유관 기관 인사들의 온산제련소 방문이 코스처럼 자리 잡았다. 최근 미국 전직 의원들로 구성된 FMC(Former Members of Congress) 대표단이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고려아연의 기술력을 확인했다. FMC 대표단이 고려아연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네번째다.
김 소장은 "최근 전략금속 이슈가 생기면서 이번 방문에서 FMC 대표단의 질문이 굉장히 많았다"며 "미국에 얼마나 공급할 수 있는지, 언제부터 생산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고 했다. 현재 고려아연은 안티모니·인듐을 즉시 공급할 수 있고, 게르마늄은 공장 가동 이후 2~3년 내 본격 공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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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수급 환경도 고려아연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안티모니는 톤당 1만달러대에서 6만달러까지, 비스무스는 7000~8000달러에서 3만~6만달러로 급등하며 전략금속 포트폴리오의 수익성이 개선됐다. 회사는 올해 안티모니 생산을 계획 대비 약 20% 증산하고 비스무스도 15~20% 확대할 방침이다. 인듐은 원료 사정으로 다소 보수적으로 운영하되 게르마늄 투자로 중장기 공급능력을 보완한다는 구상이다.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김 소장은 "지난해부터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올해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바람이 불면 나무가 더 튼튼해진다는 말처럼 역경들이 있어서 저희 고려아연이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마지막으로 "누구도 넘보지 못할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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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최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