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내 여러 범죄 단지를 운영하는 실질적 배후가 '프린스그룹'으로 알려지면서 이 그룹을 설립한 천즈(Chen Zhi) 회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지난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던 모습. /사진=뉴시스


캄보디아 내 여러 범죄 단지를 운영하는 실질적 배후가 '프린스그룹'으로 알려지면서 이 그룹을 설립한 천즈(Chen Zhi) 회장의 실체에 관심 집중되고 있다.


19일 캄보디아투데이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프린스그룹은 프놈펜 인근의 대규모 범죄단지인 '태자 단지'를 비롯해 여러 범죄 조직을 운영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들의 주요 범죄 수법은 일명 '돼지도살사기'로 불리는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투자 사기 등이다.


이들은 고액 아르바이트나 가짜 채용공고로 피해자를 유인한 뒤 여권을 압수하고 숙소에 감금해 온라인 범죄를 강요했다. 범죄 수익이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폭행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인 청년들도 피해자 명단에 다수 포함됐다.

그룹의 핵심 인물인 천즈 회장은 1987년 중국 푸젠성(복건성) 출신으로 2010년 캄보디아로 이주해 2014년 시민권을 취득했다.


천 회장은 중국 푸저우에서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며 사업을 시작했으며 이후 캄보디아로 건너와 2011년부터 부동산 개발업에 뛰어들었다. 2015년에는 민간 소액금융업체 '프린스 파인아츠 마이크로파이낸스 PCC'를 설립했고 2018년 이를 상업은행인 '프린스은행'으로 전환했다.

그가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캄보디아 고위층과의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 4대째 총리를 지낸 훈센 가문과 가까운 사이로 현 총리에 이르기까지 역대 4명의 총리에게 고문으로 활동했다.


천 회장은 프린스재단을 통해 1600만달러(약 228억원) 이상을 기부하며 장학사업을 펼쳤고 부동산·금융·은행·시계 제조 등 8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캄보디아에서 '국가공신'을 뜻하는 '옥냐'(Oknha) 칭호를 받았다.

그는 2022년 캄보디아 아세안(ASEAN) 정상회의 당시 각국 정상에게 2만달러(약 2700만원) 상당의 고급 시계를 선물해 화제를 모았는데 이 시계 역시 그의 계열사인 '프린스 호롤로지'(Prince Horology)에서 제작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지난 14일 프린스그룹 등에 대한 제제를 발표한 가운데 천즈 회장 행방이 묘연해 실종설이 나오고 있다. 앞서 미 법무부는 천즈 회장을 온라인 금융사기와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유죄 확정시 최대 4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